'댓글 논란' 등 악재 잇따라…공정위 전방위 조사도 '부담'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 직원들은 작년을 창사 이래 가장 다사다난했던 해로 꼽는다.
조기 대선에서 뉴스 편집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시장 독과점 문제와 골목 상권 침해 등 해묵은 이슈도 네이버를 괴롭혔다. 결정타는 스포츠 뉴스 부당 편집 사건으로, 결국 이해진 창업자가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호된 질책을 당해야 했다.
'새해는 다를 거야'라던 희망찬 기대는 연초부터 삐걱대고 있다. 뉴스 편집 논란은 댓글 조작 의혹으로 오히려 더욱 불이 번졌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지배력 남용 의혹으로 현장 조사를 나오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25일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황이 이러니 누구도 웃을 수 없는 처지다,
◇ 불매운동으로 번진 뉴스 댓글 논란…억울해도 말 아끼는 네이버
최근 여권 성향 누리꾼들은 네이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간편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탈퇴하자는 운동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펼치고 있다.
요즘 들어 네이버가 제공하는 뉴스에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이 유난히 많이 붙고 있는데, 정황상 조직적인 '댓글 공작'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임에도 네이버가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사실상 방조 또는 묵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갑자기 누리꾼의 표적이 된 네이버는 억울해하면서도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외부 기관을 통한 해결법을 택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라 빨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라며 "그전까지 특별한 대응을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입장에서 네이버페이 가입자가 다소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작다. 네이버가 직접 물건을 팔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도 아니고 오히려 포인트 적립 등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포털 사이트가 신뢰를 잃어 이용자들이 떠나가고 주 수익원인 쇼핑 검색 광고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 수사 기관에 공 넘겼지만…논란 말끔히 해소되긴 쉽지 않을 듯
네이버는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벌였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반대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일로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네이버도 논란이 된 기사의 댓글을 자체적으로 분석해봤지만, 자동 댓글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요즘은 '바이럴(입소문)' 기법 등 티 안 나게 여론에 개입하는 마케팅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어 설령 특정 세력이 댓글 조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색출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댓글을 다는 것은 수동으로 할 수밖에 없지만, 댓글 추천 수를 자동으로 올리는 건 불특정 아이디만 충분히 확보해놓는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댓글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네이버는 여전히 여론의 도마 위에서 내려올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로도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한동안 '네이버 댓글 편향 논란'은 주로 야권 및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입에 담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공수 교대'를 한 양상이다.
◇ 공정위 전방위 조사도 근심거리…호실적에도 성과급 미뤄 내부서도 '술렁'
최근 공정위가 네이버를 상대로 검색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로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는 점도 근심거리다.
지난 2013년 비슷한 공정위 조사에서는 결과를 인정하고 상생 기금 1천억원을 내놓으면서 과징금 없이 넘어갔지만, 이번에도 똑같은 수가 통하리란 보장이 없다.
이처럼 악재가 끊이지 않는데도 네이버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 4천125억원에 영업이익 8천881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광고 매출 호조와 네이버페이의 선전 등이 점쳐지는 4분기 실적을 더하면 지난 2016년 올린 매출 4조 226억원·영업이익 1조 1천20억원의 종전 기록은 손쉽게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사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은 탓에 '우등생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잔치를 벌이긴 어려워 보인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경영 실적 호조에도 예년과 달리 아직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아 직원들 사이에서 동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jungber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