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12년 서울 도봉서원 터에서 발견된 석각(石刻·돌에 새긴 글자)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천자문'(千字文) 유물로 드러났다.
박찬문 불교문화재연구소 팀장은 25일 "석각에 있는 글씨를 판독한 결과 천자문의 일부로 확인됐다"며 "지난해 서원 터에서 나온 10세기 비석인 '영국사 혜거국사비'와 글씨체가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 유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우리나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천자문 유물은 조선시대 안평대군이 돌에 새긴 것을 탁본한 서첩으로 알려졌다"며 "석각 글씨가 고려시대보다 앞서는 통일신라시대 서체라는 주장도 있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석각에는 양나라 주흥사(周興嗣)가 지은 천자문 250구 가운데 163구에 해당하는 '치본'(治本), 165구인 '숙재남'(숙<사람인변에 叔>載南', 167구의 '숙'(熟) 자가 남아 있다.
도봉서원은 1573년 정암(靜庵) 조광조(1482∼1519)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71년 문을 닫았다. 발굴조사에서 불교 관련 유물이 쏟아져 나와 고려시대에는 '영국사'라는 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팀장은 "고려시대에 승려들은 엘리트 지식인이었고, 법문을 익히기 위해 한자를 공부했다"며 "천자문 석각은 승려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2012년 천자문 석각과 함께 나왔던 석각 3점이 불경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새긴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영국사에는 법화경을 돌에 새긴 '법화석경'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유물들은 현존하는 최초의 고려시대 석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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