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1인당 시간은 야당이 많다"며 '5대5'로 조정 요구
야 대표, "망언 받아들일 수 없다"…아베 총리 야당 '비꼬기' 재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일본 정기국회 예산위원회에서의 여야 질의시간 조정을 놓고 일본 여야가 다시 격돌하고 있다. 29일 시작되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때부터 야당에 배정된 질의시간을 축소해 여당 몫을 늘리자는 자민당의 요구에 야당이 강력히 발반하고 있어서다.
예산위원회의 질의시간은 야당에 후하게 배정해온 게 그동안의 관례다. 중의원에서의 질의시간은 자민당 정권 시절인 2008년 "여당 4, 야당 6"의 배분이었다. 그러다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하자 야당 배분을 늘려 달라고 요구해 옛 민주당 정권에서 "여당 2, 야당 8"로 조정돼 아베 정권에서도 이 배분이 지켜져 왔다.
그런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배경으로 작년 가을 임시국회 때 여야배분을 5대5로 조정하자고 요구했다. 질의시간 조정 요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다 '전례'로 삼지 않는 조건으로 작년 임시국회에 한해 "36%대 64%"로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자민당이 새로운 '논리'를 대며 여야의 질의시간을 5대5로 조정할 것을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예산위원회 위원 1명당 질의시간으로 계산하면 5대5로 조정하더라도 야당에 더 많은 시간이 돌아가게 된다는 게 자민당이 제시한 새 논리다.
예산위원회는 위원장 포함, 50명인데 이중 여당이 34명, 야당이 16명이다. 예를 들어 14시간 심의를 한다고 할 경우 5대5의 비율로 하면 여야가 7시간씩 질의하게 되는데 위원 1인당으로 나누면 여당은 약 12분, 야당은 26분이 돼 대략 '3대7'이 된다는 것이다.
자민당은 23일 야당 측에 이런 논리를 내세워 "질의시간을 5대5로 하더라도 위원 1인당 시간으로는 여당 10분, 야당 30분"이라며 24일 예산위원회 여야간사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했으나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입헌민주당과 희망의당 등 야당 간사들은 "야당의 질의시간을 축소하려는 것"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자민당 측의 제안에 대해 "이런 망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야당 측은 예산위원회에서 위원 전원이 질의하는 게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야당 측 수석간사인 오사카 세이지(逢坂誠二) 입헌민주당 의원은 "질의시간을 조정하려는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라"며 협의를 거부했다. 그는 "작년 정기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 2, 야당 8"의 배분을 자민당이 받아들이는 게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도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元?美) 국회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작년 임시국회 때의 배분을 기준으로 하자고 요구했으나 쓰지모토 위원장은 '2대8' 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은 야당에 5대5가 어려우면 최소한 작년 임시국회 때의 배분인 '36% 대 64%' 배분을 요구하고 있으나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는 앞으로도 조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24일 열린 중의원 대표 질문에서는 아베 총리가 민주당 정권 시대의 경제지표를 들이대며 "비판하기는 쉽다"고 비꼬는 등 야당비판을 재개해 눈길을 끌었다. 아사히신문은 작년에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학원 특혜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겸허하게, 정중히, 진지하게"를 표방하며 야당비판을 삼가던 아베 총리가 해가 바뀌자 원래의 자세로 돌아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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