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클럽 세미나…"북한에 대우 등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당연히 (합의대로) 남북 군사당국간 회담이 이어져야 하고, 이런 회담은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를 위한 회담으로 실질적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한미클럽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평창올림픽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회담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다시 여러 문제가 생기고 북한이 오판하거나 오기로 도발할 경우에 여러 국제사회 반응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어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북한의 태도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은 작년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도 지금은 상당히 태도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진 패널 문답에서는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여러 상황으로 보면 평창 이후 곧바로 어떤 화해 무드나 이런 것이 그대로 잘 이어질 가능성이 썩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과거 보면 늘 큰 행사 이후에 북한이 도발적 언사나 행동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이 최근 건군절을 2월8일로 옮긴 것도 그렇다"며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환영했잖나. 환대했는데 그 답이 인민군 창건 기념일에 열병식을 하겠다는 것이니 심상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솔직히 북한이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평창에 오는 것으로 믿고 싶은데 과거 여러 경험을 봤을 때 그렇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늘 평화적 제스처를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한반도 상황과 관련, "미국이나 이런 데서 약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고 좀 걱정스럽다"는 등의 언급을 한 뒤 "이런 데 우리가 잘 신경 써서 앞으로 남은 기간 북한에 여러 가지 대우나 이런 것도 좀 이제는 의연하고 당당하게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남북 단일팀 구성, 동시 입장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평창이 남북한의 화해를 도모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라면서도 "다만 너무 과도하게 북한 측에 이용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은 북한과 의미있는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핵)동결은 임시방편이다. 협상의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한미관계는 "우리가 5년마다 '한미동맹 검토하자', '전작권 가져와라. 아니다 연기하자' 하니 미국도 답답할 일"이라며 "정권 바뀔 때마다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제 원로 자문그룹 '디 엘더스'(The Elders) 회원인 반 전 총장은 그룹과 함께 방북할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북핵문제에 관해 (회원들과) 협의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대북 특사 제안을 받으면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자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그런 기회가 있으면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정부와 협의한 일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평창'을 '평양'으로 잘못 언급한 뒤 곧바로 수정하며 "말이 헛나왔다. 요즘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까…(그랬다). 언론 탓인 것 같다. (기사를) 자꾸 읽다 보니. 양해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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