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팀·성당 합창단에서 활약하던 난민들 뿔뿔이 흩어져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이탈리아 남부의 리파보토니 마을에서 난민센터 폐쇄를 중단해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라고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인구가 504명뿐인 이 마을에서 벌써 150명이 넘는 주민이 청원에 서명했고, 폐쇄 중단을 요청하는 집회도 열렸다.
최근 반(反) 난민 정서가 기승을 부리는 유럽 다른 지역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사실 이 마을 주민들도 처음부터 난민을 환영한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한때 난민들이 마을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반대 청원을 하기도 했다. 조용하고 단정한 마을의 질서가 흐트러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2016년 32명의 난민이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난민들은 크세니아 난민센터에서 생활하며 금세 리파보토니의 '새 이웃'이 됐다.
지역 축구팀이나 성당 합창단에서 기량을 뽐내는가 하면 지역 축제에 참여하고 마을에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했다.
감비아에서 온 난민 라민 다보는 "나와 친구들은 마을에 오고 거의 일주일 동안 커피를 무료로 얻어마셨다"면서 "사람들은 우리에게 옷가지와 신발, 축구공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몇 주 뒤에는 마을 축구팀에 초청을 받았고 매주 목요일 밤 함께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난민 청년 6명은 그때 이후로 마을 축구팀 고정 멤버가 됐다.
이 마을 신부 가브리엘레 타밀리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에 난민들이 오지 못하게 청원했던 사람 중 일부가 이제는 그들이 머물게 해달라고 서명을 한다"고 말했다.
미키 프렌차 전 리파보토니 시장은 난민들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리파보토니에는 19세기쯤 최대 5천명이 살았는데 미국, 유럽 다른 국가, 이탈리아 북부 등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인구가 줄고 고령화됐다.
프렌차 전 시장은 "난민들이 주민들과 하나가 됐고 마을을 되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 15명이 난민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제 실업자가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크세니아 난민센터는 지난 11일부로 폐쇄 명령이 내려졌고 이곳에 살던 난민들은 일대 다른 시설로 보내졌다.
난민센터 폐쇄가 결정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오라치오 치베타 현 시장이 지역 내 두 개의 난민센터 중 한 곳을 폐쇄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한다.
현지 매체는 폐쇄되지 않은 다른 난민센터에 청소년 난민 12명이 머물고 있으며, 이는 이 지역의 난민 수용 기준을 충족한다고 전했다.
현재 몰리세주 주도인 캄포바소에 거주 중인 다보는 "크세니아는 난민센터 이상이었으며, 마치 대가족 같았다"면서 언젠가 리파보토니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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