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26일 제헌절에 해당하는 '공화국의 날'을 계기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을 모두 자국으로 초청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25일 인도 외교부에 따르면 인도는 26일 뉴델리에서 열리는 공화국의 날 행사 주빈으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브루나이 등 아세안 10개국 정상 모두를 초청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아세안 정상들과 '인도-아세안 유대관계 25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해상안보 등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의 공통 관심사를 논의했다.
정상들은 앞서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 주최로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저녁에는 모디 총리 주최 만찬에 참석한다.
26일 인도군과 각주 대표단, 공연단 등이 참가해 대통령궁 앞 라지파트('왕의 길'이라는 뜻)에서 열리는 공화국의 날 퍼레이드에는 모디 총리 외에 코빈드 대통령과 10개국 정상이 모두 한자리에 앉아 참관할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또 전날 인도에 먼저 도착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각각 양자회담을 하고 이들 국가와 관계 증진 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인도는 베트남과 정보·방송, 우주과학 분야에서, 필리핀과는 투자협력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인도의 이런 행보는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대신 인도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인도와 아세안의 교역량은 2015년 580억달러(61조6천250억원)로 아세안과 홍콩의 교역량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다.
반면 아세안과 중국의 교역 규모는 2020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총리는 최근 신동방정책(액트 이스트)를 내세워 아세안과 협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인도가 당장 중국의 대안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정치·외교적으로는 동남아 국가들의 튼튼한 우군으로 중국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앨리사 에어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동남아 국가들은 특히 해양 분야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켜줄 동반자를 찾고 있다"면서 "인도가 중국과 같은 무역대국은 아니지만, 자신들을 지지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실제로 인도는 종종 남중국해 분쟁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편을 드는 모습을 보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14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다른 나라 땅과 바다를 차지해 팽창하려는 18세기 사고 방식이 (국제 사회에) 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티띠난 퐁수티락 태국 쭐랄롱꼰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 인도와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주축이 돼 논의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 "종전 아시아-태평양이라고 불렸던 것에 인도가 포함되면서 동남아 국가들은 인도가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잠재적 거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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