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들 둔 30대 사망자 친구 "한달 150∼200시간 근무한 적도 있다고"
유족 등 "가스 누출 경보음 안 울렸다 들어"…안전관리 부실 의혹 제기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최수호 손대성 기자 = "오랜만에 저녁 식사 같이하기로 약속한 날인데 사고로 세상을 떠날 줄이야…"
25일 오후 8시께 경북 포항시 성모병원 장례식장.
이날 오후 4시께 포항제철소에서 냉각탑 충전재 교체작업을 하던 중 새 나온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진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주모(26)씨 빈소가 마련될 곳이다.
지하 1층 장례식장으로 들어가자 주씨 사고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유가족과 친구 등이 소리를 내며 울거나 멍하니 복도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주씨는 경주 한 대학 진학 후 1학기만 다니고 입대했다고 한다. 제대 후 2014∼2015년 사이 첫 직장을 구해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고 한다.
중학교 친구 A씨는 "오늘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한 친구가 전화를 하니 별안간 간호사가 받았다"며 "간호사가 '가족들 연락이 되느냐'고 물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또 "평소 하는 일이 위험하고 힘들다는 말을 했다"며 "하지만 쉬는 날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며 한 달 내내 일한 적도 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이 강한 친구였다"고 했다.
주씨와 함께 일을 하다가 숨진 외주업체 소속 또 다른 근로자 안모(31)씨는 동갑인 아내 사이에 6살 아들을 둔 가장이다.
회사에서 원래 크레인 운전을 담당하다가 정비 업무로 전환했다고 한다. 안씨 또한 주씨처럼 평소 과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B씨는 "숨진 친구가 회사에 들어간 지는 3∼4년 정도 됐다"며 "한 달에 150∼200시간 근무한 적도 있을 만큼 업무가 많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족 등은 "작업 현장에 가스가 새고 있었지만 이를 알리는 경보음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다"며 안전관리 부실 의혹도 제기했다.
이날 냉각탑에서 충전재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4명은 세명기독병원, 성모병원, 포항선린병원 3곳에 안치됐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제철소 관계자를 상대로 사고 경위와 안전관리 문제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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