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집트 시민혁명 7주년…조용한 타흐리르 광장

입력 2018-01-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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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집트 시민혁명 7주년…조용한 타흐리르 광장
경찰 삼엄한 경계…반정부 목소리 찾기 어려워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 시민혁명이 발발한 지 7주년을 맞은 25일(현지시간) 카이로 도심의 타흐리르(해방) 광장은 조용한 모습이었다.
타흐리르 광장은 2011년 1월 25일 자유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열기가 대규모 시위로 분출된 곳으로 '민주화의 성지'로 불린다.
그러나 이날 낮 혁명을 기념하는 공식적인 행사는 열리지 않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나 시위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광장을 채웠다.


공휴일인 이날은 시민혁명 기념일이자 '경찰의 날'이기도 하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쌀쌀한 날씨에 평소보다 많은 경찰이 광장에 배치돼 다소 긴장감이 흘렀다.
도로에는 제복 입은 경찰이 20m 간격으로 배치됐고 한쪽에는 무장경찰 100여명이 모여있었다.
일부 시민은 여경들에게 꽃을 건넸다.
광장에는 시민 수십명이 있었지만 대부분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한 남성은 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광장에 나왔고 이집트 국기를 흔드는 사람도 보였다.
광장을 찾은 시민 이스마엘은 "올해도 타흐리르 광장은 작년처럼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타흐리르 광장의 풍경은 민주화가 정체된 이집트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 이후 집권한 엘시시 대통령은 그동안 이집트 내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반정부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했다.
이에 따라 이집트에서는 공개적으로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낼 세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오는 3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의 경우 출마를 선언했던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체포되거나 사퇴하면서 엘시시 대통령의 독주체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시민혁명 기념일에는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의 격렬한 충돌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시민혁명 4주년 때인 2015년 1월 25일에는 이집트 전역에서 약 20명이 숨지기도 했다.
2016년부터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반정부 시위나 집회가 아예 봉쇄되면서 유혈사태 우려가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부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우려해 교민들에게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주이집트한국대사관은 "교민과 관광객들은 시민혁명 7주년을 전후로 쇼핑몰, 광장, 공원 등 다중집결장소와 경찰서 등 공공기관에 대한 접근을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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