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정권이 4년 가까이 집권 중인 태국이 올해도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치르기 어렵게 됐다고 현지 언론이 26일 보도했다.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는 전날 4대 정부조직법 가운데 하나인 국회의원 선거에 관한 법안을 표결에 붙여 찬성 196표, 반대 12표, 기권 14표로 가결 처리했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를 통과한 헌법은 4대 주요 정부조직법 반포후 최대 150일 이내에 총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부 최고지도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이 헌법 규정을 근거로, 4대 정부조직법 반포 직후인 오는 11월에는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도 11월 총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NLA는 국회의원 선거법 표결에 앞서 총선 시기를 정부조직법 발효 후 90일 이내로 못 박았다. 당초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내년 2월까지 늦출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태국 정계에서는 군부가 오는 11월로 약속했던 총선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총선 일정을 몇년 뒤로 늦추려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군부 정권의 법률문제를 총괄하는 위사누 크루어-응암 부총리는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총선 일정이 1∼2개월가량 늦춰질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정부조직법 발효 시점 연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총선을 몇 년간 연기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4년 5월 극심한 정치적 분열과 혼란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태국 군부는 2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2016년 8월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성사시켰다.
태국 국민 61%가 찬성한 새 헌법에는 총선 이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최고 군정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뽑고, 이들을 500명의 선출직 의원으로 구성된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자격도 비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군인 출신의 군부 지도자들에게도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이다.
개헌 이후 총선 일정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나 지난 2016년 10월 푸미폰 국왕이 서거하고 1년간 장례 절차가 진행되면서 관련 논의가 모두 중단됐다.
또 푸미폰 국왕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른 마하 와찌랄롱꼰 국왕이 새 헌법의 일부 조항을 다시 고치면서, 개헌 후속 조처인 정부와 기관조직법 정비 일정도 영향을 받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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