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MB 조카-다스 관계자 녹음파일 입수…검찰도 확보·분석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다스가 BBK투자자문 전 대표 김경준씨로부터 돌려받은 140억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가져가려 한 것으로 추정되는 의심 정황이 담긴 이 전 대통령 일가의 녹취 파일 내용이 공개됐다.
140억원을 돌려받는 과정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이 개입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이 담긴 음성 파일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26일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실이 입수한 이 전 대통령의 조카 김동혁씨와 다스 관계자의 2016년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를 통해 다스로부터 140억원을 받아가려 한 것으로 추측되는 취지의 언급을 한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의 큰누나 고(故) 이귀선씨의 아들로 다스 납품업체의 대표다.
녹취에서 김씨는 "140억이 이상○ 그리 갔잖아. 그래갖고 통장하고 도장…갖다 줬잖아. 140억 갖다 줬잖아. 지금 그래 갖고는…몇 년 전에 '영감'이 시형이보고 달라 그래 가지고 그렇게 된 거야. 시형이가 이상은씨보고 '내놓으시오' 그랬더니 난 모른다, 동형이가 안다 이래 된 거야"라고 말했다. 여기서 '영감'은 이 전 대통령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는 이어 "시형이가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그래서 동형이한테 통장 내놓으라 했더니 '나 몰라'(라고 했다)", "이○○(청취 불능 부분) 얘기를 들어보면 글마가…주식 뭐 해가지고 다 날렸다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140억원 투자금 반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기존의 의혹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다만, 녹음파일에서 김씨와 대화하는 다스 관계자는 140억원을 자신이 자기앞수표로 바꿔 이영배 금강 대표에게 갖다 줬으며 이상은 회장은 관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2008년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다스 관계자는 "그 돈 140억. 그 자기앞수표로 만들어서 갖다 줬어요. 제가 줬어요"라며 "그때, 이영배 사장님이던가 내가. 그거 갖고 오라고 해서 그쪽으로 전달했는데. 제가 전달했는데요. 아니, 그건 회장님(이상은) 안 가져갔어요. 왜냐면 그날 삼성의료원에 입원하고 계셔가지고. 제가 병문안 병간호를 하다가. 그때 이○○ 감사 그 자리 있었거든요"라고 했다.
이와 함께 김씨는 녹취에서 이상은 다스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통령과 형 이상득 전 의원이 강경호 현 다스 공동대표를 승진시켰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한다. 이 전 대통령 등이 이 회장을 넘어서는 인사 권한이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는 "강경호를 이상은씨가 반대…그래서 VIP가 이상득이한테 전화가 왔대…그래가지고 집어넣은 거야 응? 강경호를", "그런데 지금 이상득이 말 들어보면 그 XX 찾아오지도 않고"라고 말했다.
다만 다스 관계자는 "그 반대요, 이동형이가 다했어요. 이동형이가 다했어요"라며 다소 엇갈리는 듯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다스의 140억원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전날 경북 경주시 다스 본사와 금강 사무실, 강 사장의 자택 등을 동시다발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스 관계자의 녹취를 모두 확보한 상태"라며 "수사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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