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장 얼음 깨 겨우 바깥 출입…공기부양정도 무용지물
옥천읍 오대리 나흘째 고립…"아파도 병원 못가" 발동동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대청호 연안의 충북 옥천군 군북면 막지리 주민들은 요즘 마을 앞 호수의 얼음을 깨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영하 15도를 밑도는 초강력 한파가 엿새째 이어지면서 선착장이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이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산과 호수 사이에 끼어 있는 이 마을은 바깥세상과 연결하는 육로가 따로 없어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선착장이 기능을 못하면 10여가구 주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심할 경우 한 달 넘게 고립되기도 한다.
이런 사정을 안 한국수자원공사는 2014년 이 마을에 '호버크래프트'라고 불리는 공기부양정을 선물했다. 수면이나 얼음 위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전천후 선박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호수가 얼어붙는 시기에는 이 선박 운항도 자유롭지 않다. 얇은 얼음이 깨지면 칼날처럼 변하기 일쑤여서 자칫 선체 하부가 손상을 입기 쉽다.
이 마을 공기부양정은 지난해 선체 하부의 고무밴드가 훼손돼 큰 수리를 했다. 수리비만 930만원이 들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얼음이 두꺼워질 때까지 불편하더라도 5t짜리 철선을 이용해야 한다.
배 운전을 맡는 이수길(76)씨는 "호수 가장자리가 먼저 얼기 때문에 선착장 이동반경만 확보하면 웬만한 추위에는 철선을 띄울 수 있다"며 "그러나 최근 얼음이 점차 두꺼워지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 마을은 뱃길이 완전히 막힌 뒤 공기부양정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웃 마을인 옥천읍 오대리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폭이 좁고 얕은 이 마을 호수는 이미 전체의 절반 이상이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상태다.
지난 25일부터 뱃길이 막히면서 10여가구 주민들은 나흘째 고립생활을 한다.
이곳에도 3년 전 공기부양정 1척이 배치됐다. 그러나 작년 여름 고장을 일으켜 정비업체에 맡겨진 뒤 아직 출고되지 않고 있다.
권병학(71) 이장은 "정비업체를 독촉하지만, 일러야 다음달 초나 출고가 가능할 것 같다"며 "이때까지는 마을에 갇혀 지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먹고 입는 것은 그럭저럭 해결하더라도 환자가 생길까 걱정"이라며 "이웃끼리 안부를 살피며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옥천군도 정비업체 측에 공기부양정 출고를 독촉하고 있다. 또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막지리에 배치된 공기부양정을 투입해 환자수송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오대리의 경우 호수 가장자리 얼음 두께가 10㎝에 육박해 뱃길이 완전히 막힌 상황"이라며 "마을 이장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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