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상무2동 송경애 팀장…"복지최일선 공무원에게 응원을 보내주세요"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장갑도 끼지 않고 엉겁결에 받아든 유골함이 너무 뜨거웠어요. 그 뜨거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광주 서구 상무2동 맞춤형복지팀 송경애 팀장은 홀몸노인을 위해 상주(喪主)로 나섰던 2003년 가을의 기억을 두 손바닥에 새겼다.
채 열기가 가시지 않은 유골함을 받쳐 든 송 팀장은 "사람들 왕래가 잦은 1층에 안치해달라"고 시립납골당 직원에게 당부했다.
쓸쓸히 세상을 등진 할아버지가 더는 외롭지 않도록 오가는 사람들 눈길이라도 닿는 곳에 유골을 모시고 싶었다.
복지현장 최일선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송 팀장은 정작 본인 가족 장례는 한 번도 치러낸 경험 없이 그 날 이후 지금껏 홀몸노인 14명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사과, 배, 북어포만 챙겨갔던 첫 상주 경험은 미숙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고인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침착함이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고인이 생전에 다니던 성당이나 교회, 절이 있었는지 수소문해 종교의식도 예를 갖춰 올리기 시작했다.
고독사가 빈번한 영구임대 아파트단지를 품은 상무2동에 배치받고 나서는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마을복지공동체 꾸리기에 나섰다.
송 팀장이 상무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한 지난 3년 동안 한 달에 평균 3∼4명씩 이어지던 고독사가 거의 사라졌다.
간밤에 외롭게 임종을 맞이한 홀몸노인을 때로 발견하기도 하지만, 언제 사망했는지 모를 시신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수습되는 일이 지금은 없다.
연고 없는 홀몸노인이 세상을 떠나면 함께 상주로 나서는 이웃도 차차 늘었다.
복지대상자 69%가 홀몸 세대인 상무2동에서 이웃끼리 지난밤 안부를 묻는 문안 인사는 차차 풀뿌리 복지공동체로 성장했다.
서로에게 '맥가이버'가, '산타클로스'가 되어주는 이웃이 늘면서 빈곤, 소외, 고독만 넘쳐나던 마을에 활기가 돌았다.
송 팀장은 지난 발자취에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모든 순간마다 아픔이 쌓였다고 회고했다.
여러 홀몸노인 마지막 길을 배웅한 그조차도 때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남편에게 동행을 부탁하곤 한다.
직접 사례관리를 담당했던 노인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지 못해 자책할 때도 잦다.
주어진 일을 수행하면서 누적된 슬픔과 후회가 집에 있는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도 많다.
이러한 고민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주어진 숙명이라고 송 팀장을 말했다.
28일 송 팀장은 "스스로 '너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라고 주문하지만 외롭고 슬픈 죽음을 마주하는 일이 여전히 어렵다"라며 "사회복지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특히 사례관리를 맡는 공무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h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