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고전 동화 '브레멘 음악대'를 경쾌하고 따뜻하게 변주한 그림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고전을 현대의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밴드 브레멘'(책읽는곰)은 '슈퍼 거북', '으리으리한 개집', '고양이 행성을 지켜라!'로 주목받은 유설화 작가의 네 번째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에서도 버려진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한다.
말은 경주마로 뛰다 다리를 다쳐 관광 마차를 끄는 신세로 전락했는데, 주인의 욕설과 매질을 참다못해 도망쳤다. 개는 어릴 때부터 실험실에 갇혀 주사를 맞았는데, 사람들이 마지막 주사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탈출했다. 닭은 비좁은 양계장에서 밤낮없이 알을 낳다가 어디론가 팔려가기 직전 도망쳤다.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고양이는 길에 버려져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갈 곳이 없어 한숨을 쉬던 동물들 사이에서 갑자기 고양이가 꾀를 낸다. "사람 집에 살 때 들은 이야기인데, 우리처럼 집 없는 동물들이 브레멘 음악대가 돼서 잘 먹고 잘살았대. 우리도 한번 해 볼까?"
이 얘기에 고양이와 개가 노래를 시작하고 닭은 춤을 추고, 말은 발굽으로 장단을 맞춘다.
동물들은 다음 날부터 공연하러 다니기로 의기투합한다. 그리고 숲에서 잘 곳을 찾던 중 어른거리는 불빛을 만난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동물들은 브레멘 음악대처럼 힘을 합쳐 이들을 쫓으려고 하지만, 청년들은 자신들을 '밴드 브레멘'이라고 소개하며 같이 밴드 활동을 하자고 제안한다.
동물들은 처음엔 사람을 믿지 않고 경계하지만, 노래를 부르며 어느새 하나가 되어 어울린다. 이들은 다음날 '고래섬 음악 축제'에 함께 참가해 무대에 선다. '밴드 브레멘'은 금세 사람들과 동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이야기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활기를 더한다. 귀여우면서 익살스러운 동물들의 그림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동물들을 쉽게 버리거나 학대하고 쓸모없어진 것들을 함부로 대하는 요즘 시대에 생명의 가치와 다양성 존중, 따뜻한 공존과 연대의 정신을 친근하게 가르쳐주는 책이다.
4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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