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값 19.5% 인상 '직격탄'…맹추위에 끼니 거르는 노인까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연탄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고치려면 100만 원을 달래. 너무 비싸서 못 고치고 전기장판으로 버티고 있어. 살다 살다 이렇게 추운 건 처음 봐."
2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자락에 있는 '백사마을(104번지 마을)'. 입김을 내가며, 다 타버린 연탄이 군데군데 놓인 좁은 골목을 걷던 주민 김순덕(67·여)씨는 며칠째 휘몰아친 한파의 고통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서울은 사흘 연속으로 올겨울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24일 -16.3도에 이어 25일 -16.4도, 26일 -17.8도로 갈수록 낮아졌다.
'중계동 104번지'에서 유래한 백사마을은 서울의 도시개발이 진행 중이던 1967년 정부가 용산, 청계천, 안암동 등 판자촌 주민들을 이곳에 이주시키면서 형성됐다. 중계본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2천21명(1천88세대)이 산다.
대부분 주민이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0만 원가량을 내고 거주하는 이곳은 추위에 가장 취약한 동네 가운데 한 곳이다. 단열이 부실한 데다 아직도 연탄보일러를 때는 집이 많아 요즘처럼 강추위가 몰아치면 더 힘들어진다.
김 씨는 "수도관이 얼어 터진 지 사흘째인데 아무리 해도 녹일 수가 없어서 매일 물을 길어다 쓰고 있다"며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고 주민 대부분이 겪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탄보일러까지 고장 나서 전기장판과 연탄난로로 난방하는데 난로를 아무리 틀어도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집에서도 두껍게 옷을 입고 생활한다"고 말했다.
백사마을 주민에게 올 겨울 추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혹독하다. 연탄값이 크게 올라서다. 김 씨는 "연탄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작년에는 한 장에 500∼600원 정도 했었는데, 올해는 700원은 줘야 살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446.75원이었던 연탄(3.6㎏짜리 기준)의 공장도 가격은 지난해 말 534.25원으로 19.5% 올랐다. 운송비용이 더해져 연탄 1장당 소매가는 700원 안팎에 형성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은 생존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주로 70대 이상 노인이 많은 이곳에서 강추위가 계속되면 급격히 건강이 악화하는 주민도 많아진다고 한다.
백사마을 사설 무료급식소인 '평화의 집'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안정자(63·여)씨는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의 건강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난방 탓에 이곳에서는 감기에 걸리는 노인이 유독 많다고 한다. 게다가 기온마저 크게 떨어지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급식소에 들르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있다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안씨는 "어르신들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매일 구청 직원이 몇 번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나도 자주 연락을 드리고 있다"며 "추위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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