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건희 유치 ‘수훈갑' 행사 나흘전 운명 기로
3월 창립 80주년·제2창업선언 30주년 앞두고 ‘기대 속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선고가 29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2심 선고 나흘 후인 다음달 9일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예위원인 이건희 회장이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날이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이 회장을 필두로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만큼 이번 대회에 애착이 남다르지만 이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어떤 판결을 받느냐에 따라 축제가 될 수도, ‘남의 집 잔치'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무죄 선고 혹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경우 직접 개막식에 참석할 수도 있으나 1심과 같이 다시 실형 선고로 구속 상태가 이어지면 '옥중 관람'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계열사 관계자는 “만약 이 부회장이 풀려난다면 당분간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특별한 의미를 생각해서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면서 "재판을 준비하는 팀에서도 여러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은 또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탄생일(12일)이 들어있는 달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다음달 17일은 이 부회장이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된 지 1년째가 되는 날이고, 1년전 2월 28일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날이어서 삼성으로서는 그야말로 ‘운명의 2월'이라 할 만하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이 회장의 오랜 와병에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이라는 예기치 못한 ‘총수 공백' 사태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중단된 지 1년을 맞는 달이기도 하다.
더욱이 오는 3월은 그룹의 전신인 ‘삼성상회'가 설립된 지 80주년을 맞는 달인 동시에 이 회장이 ‘글로벌 삼성'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던 ‘제2 창업'을 선언한 지 50년이 되는 달이다.
‘총수 공백' 상황이 아니라면 그룹 차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다음달초 풀려난다면 1년간의 옥살이로 ‘유약한 황태자' 이미지를 벗어내고 이런 작업을 진두지휘할 수 있지만, 영어의 몸이 유지될 경우 이런 구상도 무위로 끝나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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