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반 감염병 이동 경로 추적…각국 합의가 관건
"한국이 주도하고 전세계가 참여할 수 있는 기술…응용분야 다양"
(다보스=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국내 기술로 개발된 감염병 확산 차단 플랫폼이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새로운 주제로 시선을 끌었다.
황창규 KT회장은 23∼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다음 세대를 위한 감염병 대비' 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KT가 추진하는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PP)을 소개했다.
황 회장은 세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다보스에는 처음 와봤는데 우리가 하는 일과 얼마나 매칭이 될 수 있을까 부담을 느꼈다"면서 "IT가 인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염병 발생 지역을 다녀온 사람을 로밍 데이터로 추적해 질병 확산을 막는 이 플랫폼은 실제 국내에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황 회장은 "메르스 마지막 단계에서 저희는 (확산 경로를) 알고 있었는데 들어가고 싶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에서 로밍 데이터 풀어서 12번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 격리하면서 메르스 종식에 KT가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구상은 이 플랫폼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이다.
황 회장은 개인정보 침해는 전혀 문제 될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 이 시스템은 빈껍데기일 뿐이다. 사고가 생기면 한 사람만 들어가서 (이동 데이터를) 보면 된다. 원천적으로 프라이버시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호한다. 로밍 데이터가 아니라 디바이스 고유번호만으로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프라이버시를 우려하던 사람들도 설명을 듣고는 바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KT는 평상시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감염병 정보제공을 하고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확산할 때는 동의와 관계없이 전 세계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와 감염병 발생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는 국가마다 다른 통신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황 회장은 지난해 유엔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기구를 방문해 이 프로젝트를 설명했고 G20도 찾았다.
국제기구와 각국 정상의 반응은 예상외로 좋았다. ITU는 워킹그룹을 꾸리고 데이터 분석 실험을 했고 G20에서도 감염병 확산방지가 의제로 선정됐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 만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황 회장의 설명을 듣고는 신선한 방법이라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빌 게이츠는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지원해주는 민관협력 기구 가비(GAVI)를 후원하고 있다.
'감염병 예방'에 방점을 둔 이 시스템이 빨리 실현되려면 세계보건기구(WHO), ITU 등 실무 관련 국제기구들과 세계은행 등이 긴밀히 협력하면서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
황 회장은 이 시스템이 글로벌 어젠다로 더 관심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다보스를 찾았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목적의 네트워크이지만 다른 분야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황 회장은 "한국이 주도하고 전 세계가 동참하면서 그다음 단계에서는 더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며 "한국의 국격뿐 아니라 인류에도 공헌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올해 '분절된 세계에서 공유할 수 있는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이 기술이 참석자들의 관심을 받은 만큼 내년에는 다보스와 유엔에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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