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전쟁 실화는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다.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는 늘 그렇듯 애국심을 한껏 자극하고, 장대한 전투 장면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12솔져스'도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9.11 테러 직후 반격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한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제5 특전단 소속 대원 12명의 목숨을 건 비밀작전을 그린다. 이 실화를 다룬 책 '홀스 숄져스'가 영화의 원작이다.
캡틴 미치 넬슨(크리스 헴스워스 분)을 포함한 12명의 대원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프간 탈레반 본거지에 접근해 정확한 좌표를 제시하면, 상공에 대기 중인 미 폭격기가 해당 지점을 정밀타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프간 북부 지역은 온통 협곡과 사막, 절벽, 동굴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5만 명으로 추정되는 적군의 총알이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른다. 아프간이 초행인 최정예팀은 아프간 북부동맹의 도스툼 장군 일행을 길잡이 삼아 임무 수행에 나선다.
영화는 초반에 가족과 헤어지는 미군들, 아프간 도스툼 장군과 접선, 미치 넬슨과 도스툼 장군 간의 기 싸움 등을 보여주다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전투 장면에 집중한다. 적의 정확한 위치를 제시하려면 가급적 적의 본거지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해야 하는 만큼, 목숨을 건 지상 전투 역시 피할 수 없다.
전투 장면은 제법 규모 있고 사실적이다. 황량한 협곡을 배경으로 말을 탄 채 총을 쏘는 미군 병사들과 탱크와 중화기로 반격을 가하는 탈레반의 전투 모습은 색다르면서도 긴장감 있게 묘사된다. 아프간의 험준한 지형과 닮은 뉴멕시코에서 모든 분량을 촬영해 사실감을 더욱 살렸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물량공세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서도 감성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건조한 전투 묘사는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를 그린 '블랙 호크 다운'(2002)을 떠올리게도 한다. 실제로 '블랙 호크 다운'을 만든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가 '12솔져스'도 제작했다.
이 영화는 9·11 테러 직후 미국의 첫 반격을 다룬 만큼, 다른 전쟁영화처럼 미국의 위대함을 드러내놓고 역설하지는 않는 편이다. 대신, 미국의 테러 응징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준다.
'토르'로 유명한 크리스 헴스워스가 망치 대신 총을 들었다. 그는 최정예팀을 이끄는 캡틴 역을 맡아 강력한 지도력과 용기를 보여주며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종군 기자에서 세계적인 광고 감독으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덴마크 출신 신인 감독 니콜라이 퓰시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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