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장례식장까지 붙은데다 불법증축까지 숨 막혀…"수용소 같았다"
병원 구역 안 모두 12건 불법증축…시 "철거 어려워 이행강제금 부과", 경찰 "유착여부 조사"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엔 좁은 공간에 구석 구석 무분별하게 불법증축해 이어붙인 건축물도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밀양시는 28일 열린 브리핑에서 불이 난 세종병원 내 불법증축 규모가 147.04㎡이며 통로로 연결된 요양병원에도 불법 증축은 19.53㎡라고 밝혔다.
별도 건물인 장례식장 20.46㎡, 부속건물 56.38㎡를 포함하면 불법 증축 규모는 284.53㎡에 이른다.
건수로는 일반병원 5곳, 요양병원 3곳, 부속동 2곳, 장례식장 2곳 등 모두 12곳이다.
불이 난 세종병원 불법건축 부분을 보면 1층은 요양병원과 연결되는 비 가림막 연결통로(23.2㎡), 4층에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인 창고(25.01㎡), 5층은 경량 철골조 식당 부근 창고(58.5㎡)로 확인됐다.
병원과 연결된 요양병원에는 2층 창고(7㎡)와 6층 사무실(12.48㎡)을 무단 증축해 사용했다.
병원 코앞에 들어선 장례식장에도 창고(20.46㎡)가 불법으로 지어졌다.
여기에다 가뜩이나 좁은 병원 바닥에는 설계 도면에도 없는 부속건물로 기계실과 창고가 들어섰다.
참사가 발생한 병원 연면적이 1천489㎡인 점을 고려하면 불법 증축된 면적은 전체 면적의 10%나 되는 셈이다.
시는 병원 안 불법 증축 사실을 인지하고 2011년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첫해인 2012년엔 시정명령과 함께 3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는데 해마다 불법건축물이 늘면서 지난해에는 1천100만원을 부과했다.
6년간 총 3천여만원을 부과했다.
시는 2014년엔 보건소와 합동으로 불법건축물에 대해 건축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은 시청의 고발은 물론 시정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행강제금만 낸 채 불법건축물을 그대로 유지하며 배짱영업을 계속해 왔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에는 환자 83명, 요양병원에는 환자 94명 등 모두 177명이 입원해 있었다.
병원 측 불법건축물이 해마다 계속 늘어났지만, 시의 소극적인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추가로 불법 증축된 부분에 대해 병원과 시 관계자를 조사한 후 입건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불법건축물에 대한 강제 철거가 어려워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를 계속해 왔다"고 해명했다.
이병희 밀양부시장은 "병원 불법건축물에 대한 시의 행정조처 적절성 등은 수사기관 조사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소방법 적용 기준은 건축법으로 건축이 이뤄지고 나면 건축 규모 등에 따라 소방시설을 정해지게 돼 있다"며 "소방법에서 건축과 관련된 부분이나 피난 통로 규정에 관한 법령은 없다"고 밝혔다.
한 유가족은 "면회 갈 때마다 느꼈지만, 워낙 병원과 요양병동, 장례식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평소에도 숨이 막혔다"며 "워낙 좁고 답답해 치료와 요양을 위한 시설이라기 보다 수용소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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