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검은 현수막…전통시장·유원지 한산
(밀양=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당연히 분향소에 가야죠…밀양시민이니까요"
밀양 시내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A(53·여)씨는 28일 오전 9시 자신의 미용실이 아닌 밀양체육문화회관 합동분향소로 향했다.
그는 미용실 문을 닫고서 아침 일찍부터 합동분향소에 나와 다도회원과 함께 조문객들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주는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미용실 영업이 아닌 봉사 활동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저는 밀양시민이니까요. 밀양은 다 가족이에요. 한 집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거든요"라고 말했다.
'밀양은 가족'이라는 말처럼 이번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밀양시 전체가 추모 분위기에 잠겼다.
주말이면 상인과 손님들로 활기를 띠었던 전통 시장은 여느 일요일과 달리 사람을 찾기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시장 주변 상가 서너 곳 중의 한 곳 정도는 문을 닫은 채 영업을 안 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가게 문을 열고 나와 있으면서도 참 맘이 안 좋다"며 "밀양이 워낙 작은 동네다 보니 이번 일에 대해 밀양시민 모두가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기류를 파는 상인도 "친정 쪽 먼 친척 중의 한 명도 이번 화재로 숨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쾌청한 날이면 나들이객이 찾는 밀양 관아 역시 황량했다.
도로 곳곳에는 행인 대신 검은 추모 현수막만 걸려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체육문화센터는 시민들로 온기가 넘쳤다.
유치원생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한때 줄을 길게 서가며 헌화를 할 정도였다.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생각에 잠겼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밀양시는 이날 오후까지 4천여명이 넘는 시민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슬픔을 나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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