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연상호 "'부산행' 중압감 떨쳐…개인의 힘 보여주고싶어"

입력 2018-01-29 13:43   수정 2018-01-29 13:59

'염력' 연상호 "'부산행' 중압감 떨쳐…개인의 힘 보여주고싶어"
"'부산행2' 계획 없다…또 다른 좀비물 구상 중"
"할리우드 진출요? '러브콜' 많지만 '깜냥' 안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 단 한편만으로 1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연상호(40) 감독.
흥행 감독으로서 더 안전한 길을 걸을 법도 한데, 그는 또다시 모험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초능력이다. 그의 차기작 '염력'(31일 개봉)은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가장 석헌(류승룡)이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 루미(심은경)를 곤경에서 구출하기 위해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내용의 소시민 슈퍼히어물이다.
소재와 줄거리만 보면 영락없는 오락영화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도시의 철거현장을 무대로, 짙은 사회고발 메시지를 담았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건설업체와 무자비한 '용역깡패', 이에 맞서는 철거민들의 모습을 통해 도시개발의 비인간적인 면과 돈이면 무엇이든 되는 자본주의 폐해를 꼬집는다.
연 감독의 전작들을 생각하면 전혀 낯선 문법은 아니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서울역'(2016) 등을 통해 꾸준히 사회현실을 소환했다. '염력'은 그런 면에서 가장 연상호다운 영화이기도 하다.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연 감독은 "꽤 오래전부터 철거촌에 있는 초능력자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미디는 꽤 어려운 장르다. 잘해도 인정받기 어렵다. 그런 만큼 도전의식이 생겼다"고도 했다.
연 감독은 '부산행' 이후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사실 '부산행'의 흥행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에요. 운 덕분에 벌어진 일인데, 중압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 싶었죠. '염력'을 택한 것도 전작의 중압감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가능했죠."
'염력'은 투자자 입장에서 선뜻 돈을 대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 소재다. 연 감독은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주변에서 '굳이 이렇게 불편한 주제를 가지고 코미디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가 컸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흥행 배우' 류승룡과 심은경이 선뜻 출연을 결정하면서 영화 제작도 급물살을 탔다.
'염력'은 오락성과 사회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류승룡이 코믹한 표정으로 염력을 발휘하는 대목에서는 어김없이 웃음이 터지지만, 철거현장의 화염과 철거민의 삶을 보는 것은 편치않다.
"이런 소재가 색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예전에는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 여균동 감독의 '맨', 박헌수 감독의 '진짜 사나이'처럼 코미디이면서 사회성을 띤 영화들이 많았죠. '반칙왕'(김지운 감독), '지구를 지켜라'(장준환) 등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고요. 제 나이 또래의 감독이라면 그런 영화들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그래도 코미디와 메시지 간 적절한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았을 법하다. 관점에 따라 너무 가볍다, 혹은 너무 무겁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사회 문제를 다룰 때 관점에 대한 윤리의식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가볍게 다루느냐, 무겁게 다루느냐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코미디이지만, 다루는 주제는 절대 가볍지 않거든요. 다만, '적당한 선'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철거민 상황 묘사도 실제 촬영본보다 많은 부분을 덜어냈고요."
연 감독은 "어떤 사안을 굉장히 깊숙이, 정교하게 들어가려고 찍은 작품은 아니다"면서 "관객들이 즐겁고 재밌게 보되, 각자 인상적인 기억을 갖고 돌아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염력'은 '힘'에 관한 영화다. 초능력이 등장하고, 거대자본의 힘과 공권력도 보여준다. 또 하나는 소시민 간 연대의 힘이다. 연 감독은 "설사 패배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개개인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는 정유미의 캐릭터가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정유미는 자신과 회사의 이익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상무 홍상무로 나온다. 한창 핏대를 올리다 느닷없이 깔깔거리고 웃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다. 악역이긴 한데, 미워하기에는 너무 해맑다. 류승룡이 "짧은 장면에서 배우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게 들어가 있다. 연 감독이 정유미를 편애하는 것 같다"고 질투했을 정도다.
연 감독은 "홍상무는 시나리오상에서는 완전히 평면적인 인물이었는데, 현장에서 정유미와 상의하면서 만든 캐릭터"라며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는 시나리오가 아니라 모두 현장에서 애드리브로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 감독은 '부산행' 이후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시나리오도 몇 편 받았고, 미팅까지 진행했다. 연 감독은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는 내 '깜냥'이 안된다"며 "앞으로도 할리우드 진출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는 사실 훌륭한 감독이 되고 싶다는 그런 포부는 없습니다. 적당한 경멸과 적당한 존경을 받으면서 오래 일을 하는 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부산행2'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좀비물을 한 번 더 해볼 수는 있지만, '부산행2'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제 딸(4)과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보려고요. 하하."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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