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연구팀 "임나는 가야가 아니라 대마도였다"

입력 2018-01-29 15:03   수정 2018-01-29 17:31

인하대 연구팀 "임나는 가야가 아니라 대마도였다"
남창희 교수 연구팀, 일제 관변학자 학설 반박



(인천=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임나(任那)는 가야가 아니라 대마도였다는 새로운 주장이 인하대 연구팀에 의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대마도를 현지 조사한 인하대 고고학과 답사팀은 조선총독부 관변 학자들이 주장한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이 허구임을 실증했다고 29일 밝혔다.
일제 강점기 일본 학자들은 '일본서기' 신공황후 기록을 인용해 신라를 정벌한 365년부터 200년간 식민통치기관인 임나일본부가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남부는 일본의 식민지였고, 북부는 한사군에 의해 지배됐으므로 일제의 식민통치도 한국의 원래 상태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식민사관의 핵심 논리였다.
인하대 융합고고학과 남창희 교수 연구팀은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된 일본서기 중애천황조 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논리적 모순을 다수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일본서기에는 당시 바닷물이 나라 안으로 들어와 겁을 먹은 신라왕이 항복했다고 기록됐지만, 동해는 원래 조수간만의 차이가 별로 없는 지역인 데다 해발고도상 신라의 수도 경주는 밀물이 들어 올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경주 시내 형산강(서천)의 둔치 해발고도가 28m이고 시내 평지 표고는 30~40m에 달한다.
또 4세기까지 부산과 김해 등 남해안 지역은 가야 세력권이라 신라와는 무관하므로, 한반도에서는 신공황후 신라정벌설에 해당하는 곳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연구팀이 지난 3년간 주목한 것이 고구려·백제·신라가 각각 대마도에 세력권을 나누어 갖고 있었다는 부산대 이병선 교수의 주장이다.
후쿠오카에서 출발한 원정함대가 상륙작전을 할 곳은 대마도와 이키섬 두 지역밖에 없었다. 대마도 아소만의 와타스미 신사의 수중(水中) 도리이(신사의 입구문)는 만조 때 최대 2m 물에 잠길 정도로 대마도는 뚜렷한 조수간만 현상이 발견된다.
일본서기에 나오는 기록 기해월 신축일을 조수간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계산해 보면 그날부터 3일간 만조였고, 당시 후쿠오카에서 배로 사흘 걸리는 대마도 서쪽에 사리 현상이 있었다. 이는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박사가 반복적으로 데이터 입력해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따라서 신공황후가 정벌했다는 신라는 한반도의 신라가 아니고 대마도 서쪽 연안의 신라계 세력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게 답사팀이 내린 결론이다.
답사팀은 대마도의 서북 좌호만(左?灣) 지역이 작은 성읍국가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고 북쪽 지역에서 신라계 토기가 많이 발견된 사실도 확인했다. 같은 일본서기 숭신천황 65년 기록에는 임나가 후쿠오카에서 2천리 가량 떨어져 있고 신라 경주의 서남 방향에 있으며 북쪽은 바다로 가로막혀 있다고 기록됐다. 고려대 최재석 명예교수와 북한의 김석형 등은 이 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대마도가 임나라고 비정한 바 있다.
결국 신공황후는 신라를 정벌한 것이 아니라 대마도 서북쪽 신라계 성읍국가를 공략했고, 이곳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했다고 보는 게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군사고고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신공황후의 원정군은 상륙작전이 용이하도록 만조 수위가 가장 높을 때 만 입구에서 군사력 시위를 하는 심리전을 구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365년 당시 한반도의 국제정세를 놓고 정치군사게임(PolMil 분석)을 하면, 신라는 대마도의 신라계 세력을 공격하는 백제의 동맹국 왜의 공세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가야와 동맹한 백제의 해군력이 우월했고 백제가 김해나 부산 지역에 현존함대(Fleet in Being) 전략으로 신라 지원 수군을 묶어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창원대 정유영 학장은 "일본의 우익정권이 계속되면서 후소샤 등 극우 교과서 출판사가 임나일본부설을 다시 주장하는 가운데, 그 허구성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게 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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