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점의 성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한 달 만에 완성했죠"

입력 2018-01-29 16:58  

"47점의 성화,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한 달 만에 완성했죠"
묵상집 '사순, 날마다 새로워지는 선물' 펴낸 성화작가 정미연 씨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서울대교구 유경촌 주교가 쓴 '사순, 날마다 새로워지는 선물'(가톨릭출판사 펴냄)은 부활절 전 40일의 사순절 기간 천주교 신자들이 매일 실천해야 할 가르침을 소개한 묵상집이다.
2004년 발간된 '내가 발을 씻어 준다는 것은'(바오로딸 펴냄)에 이어 14년 만에 나온 개정증보판이다.
이번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47점의 성화(聖畵). 각 장에 인용된 성경 구절을 형상화한 그림들은 유 주교의 묵상글과 함께 독자의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한다.
개정증보판을 위해 47점의 그림을 새로 그린 정미연 작가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무엇에 사로잡힌 듯 푹 빠져 한 달 만에 완성한 그림들"이라고 말했다.
"2004년 발간된 사순 묵상집을 다시 펴 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여서 기회가 닿으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올해 제 전시회를 통해 그림을 소개하자는 생각으로 작년 말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림이 만족스러워 개정증보판까지 내게 됐네요."


대구에 사는 정 작가는 그림 작업을 막 시작하려던 차에 임신한 딸로부터 입덧이 심하다는 연락을 받고 화구를 챙겨 서울 딸 집으로 올라왔다. 딸에 손주와 사위까지 뒷바라지하면서 새벽 두 세시까지 잠도 안 자면서 아무도 모르게 시간을 쪼개 그림을 그렸는데, 과거와 달리 자신도 흡족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국화가인 남편(박대성 화백)과 주변 지인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은 정 작가는 전시회로 끝내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에 그림을 들고 출판사로 찾아갔고, 출판사의 제안으로 유 주교의 글 9꼭지가 더해진 개정판이 나오게 됐다.
정 작가는 "초판의 그림들은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었는데 이번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구체적인 그림들을 그리려고 했다"며 "주조 색으로 사용된 푸른색은 영성의 깊이를 드러내면서 변치 않는 세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정 작가는 2009년 신달자 시인과 함께 묵주기도 그림책 '성모님의 뜻에 나를 바치는 묵주의 구일기도'를 펴낸 것을 계기로 성화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 책 덕분에 성당에 걸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이 잇따랐고, '그리스 수도원 화첩 기행',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 등의 묵상 그림집도 잇따라 펴내면서 성화 작가로 더 유명해졌다. 2015년부터 4년째 교구 주간 소식지인 '서울주보'와 '대구주보' 표지 그림도 연재하고 있다.
정 작가는 성화를 계속 그리는 이유에 대해 "외형보다는 내면의 깊은 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 실린 성화 원본 전시회는 오는 3월 1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열릴 예정이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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