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경찰 "김정남, 피살 직전 한국계 미국인 만났다"

입력 2018-01-29 21:54   수정 2018-01-29 22:01

말레이 경찰 "김정남, 피살 직전 한국계 미국인 만났다"
노트북엔 접촉 당일 USB 접속 흔적…정보 넘기고 현금 받았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작년 초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되기 전 신원불명의 한국계 미국인을 만났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29일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김정남 암살 관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지 경찰 당국자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는 김정남이 작년 2월 9일 말레이시아의 휴양지인 랑카위에서 한 미국인 남성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같은달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고, 랑카위에 도착한 것은 8일이었다.
이후 마카오로 돌아가려던 김정남은 나흘 뒤인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사망 당시 그는 12만 달러(약 1억3천만원) 상당의 100달러짜리 신권다발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 신문 등 일부 외신은 김정남이 접촉한 남성이 태국 방콕에 머물던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라면서, 김정남이 정보를 건네는 대가로 거액의 현금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완 아지룰은 이날 피고인측 변호인이 진행한 반대신문에서 김정남이 갖고 있던 노트북을 정밀 분석한 결과 문제의 남성을 만난 작년 2월 9일 USB 저장장치가 삽입된 흔적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김정남이 정말로 이 남성에게 자료를 넘겼는지와, 이 사안이 그의 암살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지 여부는 명확히 알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완 아지룰은 "(김정남과 접촉한) 남성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남이 랑카위에서 묵은 호텔이 어디인지와, 누구 명의로 방을 빌렸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 피고인들의 변호인단은 이날도 이번 사건이 북한 정권에 의한 정치적 암살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6·여)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0·여)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도구로 이용됐다면서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두 사람에게 VX 신경작용제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북한인 리재남(58)과 홍송학(35), 리지현(34), 오종길(55)은 범행 직후 전원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이들의 항공편은 북한 국영항공사인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8)이 준비했다. 김욱일은 북한대사관 당국자들과 함께 김정남 공격 직후 공항 출국장에서 리재남 등 4명과 따로 접촉을 갖기도 했다.
도안과 시티는 범행 당시 입은 의류 등 증거를 인멸하지 않은 채 현지에 남아 있다가 범행 2∼3일 만인 작년 2월 15일과 16일 잇따라 체포됐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기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두 사람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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