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아프리카 구호 명목으로 개발된 '블랙머니'를 현금화하는 비용에 1억원을 투자하면 2배를 주겠다며 국제사기를 시도한 혐의로 라이베리아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기미수 혐의로 라이베리아인 K(38) 씨를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입국한 K 씨는 범행대상을 물색하다가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브라질인 A 씨를 찾아갔다.
K 씨는 100달러짜리 검은 지폐의 음영이 보이는 '블랙머니'와 블랙머니를 현금화하는 매뉴얼을 보여준 뒤 1억원을 투자하면 2배를 돌려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블랙머니가 60만∼100만 달러 상당이라고 속였다.
K 씨는 A 씨에게 블랙머니를 현금으로 바꾸는 시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수물질이 섞인 물에 블랙머니를 집어넣어 흔든 뒤 100달러짜리 지폐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눈속임에 불과했다.
K 씨는 시연 도중 목이 마르다고 했고 A 씨가 물을 가지러 간 사이 블랙머니를 실제 100달러짜리 지폐로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K 씨가 보여준 매뉴얼에는 블랙머니가 아프리카의 에이즈(AIDS) 구호금 등을 목적으로 테러리스트 등에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원조국에 도달할 수 있도록 미국 국무부가 제작한 돈이라는 설명과 함께 현금화 방법이 나와 있었다.
K 씨는 블랙머니 외에 녹색 종이로 된 '그린머니'도 보여주며 투자를 종용했다.
K 씨의 사기는 시연 이후 이를 수상히 여긴 A 씨가 블랙머니 존재와 현금화 여부를 경찰에 문의하면서 들통이 났다.
경찰 조사결과 K 씨는 자국에서 산 블랙머니와 매뉴얼을 가지고 국내에 들어와 사기 범행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머니는 전형적인 위조지폐인 슈퍼노트, 물에 섞은 특수물질은 주방 세제에 불과했고 매뉴얼에는 미국 국무부 공식명칭조차 틀리게 기재돼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병수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그동안 블랙머니 사기는 이메일 등으로 암암리에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블랙머니와 매뉴얼을 가지고 직접 피해자를 만나는 등 범행이 정교해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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