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순 작가 신간 '마음이 나이만큼 안 늙어서'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수행을 해서 지혜가 커지는 만큼 거품과 환상도 커집니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거품에 취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과잉 없이, 포장 없이 살아가는 내 주변인들의 삶을 그렸습니다."
'마음이 나이만큼 안 늙어서'(불교신문사 펴냄)는 사찰 주변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에 상상력을 입힌 33편의 엽편 소설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실린 책이다.
저자인 이형순 씨는 MBC 베스트극장 '복날이 온다', '마을버스' 등을 집필하기도 한 방송작가 출신. 불교가 좋아서, 불교를 알기 위해 삭발하고 출가 체험도 해봤고, 108배 수행을 365일 쉬지 않고 하기도 했으며, 사찰서 궂은일만 전담하는 이른바 '불목하니'로 수년째 살아오고 있다.
불교신문을 비롯해 여러 불교 잡지에 '번뇌가족', '몽중희망' 등의 간판을 내걸고 재밌고 친근한 불교 이야기를 특유의 유쾌한 목소리로 들려줬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소소하지만 톡 쏘는 "동치미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찰 일요법회에도 참가하고 천주교 세례명 소피아로 성당에도 찾아가는 어느 여성 말기 암 환자의 이야기, 교회 종소리를 듣고 새벽잠을 깨는 19살 사미승과 아랫마을 교회의 91살 종지기 노인의 이야기, 길고양이와 노숙인을 함께 거두는 여성 신자의 이야기…
작가는 "오직 내 발 밑만을 보면서 섣불리 남을 계몽하려고 꾸미거나 하지 않는 이야기,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없지도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너무 흔하고 익숙해서 특별해져 버린 이야기들"이라고 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여전히 출가를 꿈꾼다는 이 작가는 "고승이 되려고 출가를 하는 것도 아니요. 관념적 편견이 아닌, 출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정법을 품고 이끌어가는 삶을 꿈꿀 뿐"이라고 말했다.
32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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