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북진 중 전사한 공병, 68년 만에 가족 품으로

입력 2018-01-30 09:48   수정 2018-01-30 13:17

6·25 때 북진 중 전사한 공병, 68년 만에 가족 품으로

국방부, 故 김재권 일병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6·25 전쟁 당시 국군의 북진을 위한 공병작전을 하다가 전사한 병사의 유해가 68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됐다.
국방부는 30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오늘 건설공병단 소속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故) 김재권 일병의 아들 김성택씨의 집을 찾아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유해발굴감식단은 강원도 강릉에 있는 김씨 집을 방문해 전사자 신원확인통지서, 국방부 장관 위로패, 전사자 유품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1924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김재권 일병은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결혼 2년째의 신혼이었다. 당시 그의 아내 전옥순씨는 임신 중이었다.
부친이 운영하던 목재소에서 일하던 김 일병은 숙부가 제주도 목재소 부지를 군부대에 무상 제공한 덕에 입대하지 않아도 됐지만,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자진 입대했다.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은 김 일병은 건설공병단에 배치됐고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발판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북진에 나서자 아군의 신속한 기동을 지원하는 공병작전에 참가했다.
김 일병은 같은 해 10월 15일 경기도 가평 일대에서 공병작전을 하던 중 북한군 비정규 요원의 공격을 당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군은 김 일병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했고 가족에게 전사통지서만 전달했다.
김 일병의 유해는 그로부터 58년이 지난 2008년 5월 가평 북면 적목리에서 발굴됐다. 그러나 신원을 추정하게 해줄 유품 등이 없는 데다 유가족의 유전자 정보도 없어 신원 확인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김 일병의 아들 김성택씨가 2016년 국립서울현충원에 부모님의 합동 위패 봉안을 신청하면서 신원 확인의 계기가 마련됐다.
1988년 세상을 떠난 모친을 국가유공자인 부친과 함께 현충원에 모시기로 한 김씨는 작년 3월 합동 위패 봉안식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관한 설명을 듣고 유전자 시료 채취를 하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김씨의 유전자 정보가 김 일병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추가 검사를 거쳐 이들이 부자 관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름 없는 6·25 전사자 유해 1구의 신원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김씨는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저리고 가슴이 먹먹했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과 함께 '내게도 아버지가 있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다"며 "이제라도 아버님의 유해를 찾아 만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김 일병의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유해발굴감식단이 지금까지 유해를 발굴해 신원을 확인한 6·25 전사자는 모두 127명이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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