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짜리 탈출로 건설 중에 무단증축 3억 이행강제금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의 한 병원이 위급상황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를 대피시킬 수 있는 비상탈출로를 조성하려고 했지만 이행강제금 부담에 공사가 중단된 사실이 알려졌다.
30일 부산 북구 만덕동 '아하브 병원' 건물 왼편에는 건설하다가 중단된 지그재그 형태의 철골구조물이 있다.
7층짜리 병원 건물의 옆면을 따라 만들어진 시설물로 용도는 '비상탈출로'다.
긴급상황 발생 시 바퀴 달린 침대를 통째로 1층으로 보낼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당초 건물 양쪽에 모두 만들도록 설계됐는데 현재는 건물 왼편에만 약 40%가량 지어진 채로 남아 있다.
병원 측은 2014년 5월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가 발생하자 대피시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같은 해 6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관련 법상 건축해야 할 의무가 없는 시설이었지만 해당 병원에도 고령인 데다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가 많아 신속한 탈출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1999년 문을 연 아하브병원은 정신과 전문병원이지만 2002년부터 2개 층을 요양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환자 380여 명에 직원 110여 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병원 측은 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던 중 2015년 1월 인근 주민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청 직원들에 의해 단속됐다.
이후 병원은 '사후(추인) 허가' 절차를 진행해 2015년 10월 26일 부산 북구청으로부터 정식 건축허가를 받았다.
또 무단증축행위에 대한 3억3천만원의 이행강제금도 부과받았다.
병원은 2016년 이행강제금을 모두 납부한 뒤 공사를 멈춘 상태다.
총 공사비가 15억인데 20%에 달하는 돈을 이행강제금으로 내고 난 뒤 공사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미리 허가를 받지 못한 데에 북구청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2013년 담당 공무원에게 설계도 등을 보여주며 허가 신청 전 검토를 받으려 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허가 신청절차는 개인이나 법인이 직접 할 수 없고 전문설계사를 통해 하게 돼 있다. 당시 병원 측의 설계사 사무실로부터 담당 공무원에게 구두로 연락이 온 사실은 있지만 허가 신청을 받은 기록은 없다"면서 "병원 측이 설계사 사무소에 일을 맡긴 것을 정식 허가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 당시 병원 측을 대행한 건축사사무소는 북구청에 "(허가) 접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북구의 한 관계자는 "허가 과정에서 비상탈출로 시설이 자연녹지 지역의 건폐율과 용적률을 초과하는 시설로 나타났지만 그 목적의 정당성에 비춰 예외조항을 적용해 허가를 내줬다"면서 "구청 입장에서도 행정을 적극적으로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소방시설을 설치할 목적인 경우 관련 이행강제금을 줄여 주거나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 북부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법상 이행 의무는 없지만 비상탈출로 만드는 것을 보고 2016년에 해당 병원을 우수사례로 지역병원에 소개하기도 했다"면서 "잘하려고 하다가 규제를 실수로 위반한 부분에 대해서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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