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르시시스트 리더'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 정가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신건강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주는 강한 자기애적 성향에서 나왔다.
독일의 심리 치료 전문가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신간 '나르시시스트 리더'(와이즈베리 펴냄)에서 트럼프로 대표되는 자기애적(나르시시즘) 성향의 지도자가 득세하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자아도취, 자기애로 해석되는 나르시시즘은 누구나 조금씩 지닌 성향이다. 건강한 자아존중감이라는 긍정적 나르시시즘도 있지만,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부정적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아존중감이 낮다. 이를 감추기 위해 외부에 강한 면모를 과시한다. 자신이 뛰어나지 않다는 내적 불안에서 최고가 되고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에 집착한다. 그러나 타인과 가까워지면 이런 자기 포장이 드러나기 때문에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문제는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부정적 영향이 극대화되면서 권력 남용, 독재, 대중통제 등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책은 부정적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는 유혹의 기술을 분석한다.
우선 이들은 구석에 숨지 않고 스스로를 내세워 항상 선봉에 선다.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도 개의치 않고 과감하게 행동한다. 이들 중에는 달변가가 많고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을 함으로써 경탄을 자아낸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 내면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한다. 주위를 압도하는 나르시시즘 지도자의 모습은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해 동경만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상대방이 발휘하는 나르시시즘적 광휘를 느끼며 자신을 무의미한 존재로 느꼈던 사람들의 자아존중감이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드디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생겼다고 믿게 된다. 이제 나를 이해하고 내게 관심을 갖고 나를 위해 힘써줄 누군가를 찾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유혹자가 내세우는 말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일수록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
스트롱맨의 득세 역시 우리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자극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결정 행동하기보다는 강력한 지도자에게 맡기고 의존하려는 퇴행적 심리다.
'보완적 나르시시스트'의 심리도 한 몫 한다. 보완적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을 실제보다 보잘것없고 의미 없는 존재로 간주한다. 사람은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완적 나르시시스트는 나르시시스트의 좋은 동맹이 된다.
나르시시즘을 권하는 사회의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소셜 미디어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남들에게 알리고 주목받는 일을 즐긴다. 팔로워와 친구, '좋아요'의 숫자로 경쟁한다. 책은 인터넷이 자아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몰입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진단한다.
권력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들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책의 조언은 회사 상사 등 우리 주변의 나르시시스트 권력자에 대한 대응책으로도 참고할 만하다.
책은 이들이 '지뢰밭'인 만큼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한다. 말을 쉽게 바꾸고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조그만 일에도 심사가 뒤틀려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글을 올린 뒤 트럼프의 대응 방식이 좋은 예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들이 불안정한 자아존중감을 가진 사람인 만큼 그들을 자극하지 말고 궁지에 몰지 말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상황을 제멋대로 왜곡하고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데 익숙한 사람들인 만큼 정면으로 맞서면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을 가능한 한 사무적으로 대하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삼가고 인간적으로 존중받는 느낌을 심어줘야 한다.
좀 더 거대한 나르시스트들에게 맞서려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분노와 두려움, 체념, 거부에 그치지 말고 직접 참여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지혜 옮김. 20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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