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재규어랜드로버 등 英 대표기업 50곳 동행
일대일로 지지·홍콩 민주화 문제 등도 양국간 갈등 요소 전망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번 주 사흘간의 중국 방문을 통해 양국관계 재정립에 나선다.
메이 총리는 50여명의 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을 이끌 예정이지만 중국의 반응은 뜨겁지 않아 보인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로 중국의 유럽 정책에서 차지하는 영국의 비중이 떨어진 데다 메이 총리의 자리 역시 안전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메이 총리와 리암 폭스 국제 무역부 장관이 오는 31일 중국 우한(武漢)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있는 역사적 도시라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메이 총리는 이어 이날 오후 베이징으로 이동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나고 이어 목요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금요일에는 상하이로 이동해 영국과 중국 기업 대표들과의 만남을 소화할 예정이다.
기업인들과의 만남에 영국 측에서는 BP, 재규어랜드로버, 위타드(Whittards) 등 영국을 대표하는 금융서비스와 자동차, 식음료, 에너지, 인프라 업체들이 총출동한다.
일단 영국과 중국 양측은 모두 이번 방중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이번 방문이 영국과 중국 간 '황금시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금시대'란 용어는 2015년 시 주석의 영국 국빈방문 이후 메이 총리의 전임자인 캐머런 전 총리와 조지 오스본 당시 재무장관이 사용했다.
중국 역시 메이 총리의 방중으로 인해 양국이 '윈-윈(win-win)' 관계의 새로운 장을 쓸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냉담하다.
중국에 영국은 한때 EU 동맹으로 접근하는 열쇠였지만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신 프랑스에 대한 중국의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메이 총리에 앞서 지난 8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베수비어스'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 공화국 수비대의 군마를 선물했다.
양국 간 갈등을 예고하는 요소도 적지 않다.
영국은 시 주석이 역점을 두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공식적 지지를 꺼리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간 사전 논의 때 중국 관료들이 영국의 연락을 받지 않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시 주석이 최근 중국에 있어 가장 강력한 지도자인 반면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에 대한 소극적 태도로 인해 보수당 내에서 불신임 얘기가 나오는 데다 캐머런 전 총리에 비해 친중국 성향이 덜한 것으로 평가되는 점도 미지근한 만남을 예고하는 요소다.
중국이 투자하는 영국 힌클리 포인트 C 핵발전소에 대해 메이 총리가 승인을 미루고 있는 점이 중국 측을 화나게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메이 총리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호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규칙에 입각한 국제 시스템의 지지 하에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홍콩의 권리 및 자유와 관련해 점점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만, 이는 메이 총리에게 힘든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문제가 의제에 오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영국은 언제나 홍콩의 권리와 자유가 존중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혀왔다"면서 "중국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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