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대 있으나 용량 적어 작동 쉽지 않았을 것"
(밀양=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비상용 발전기가 비상시 제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경찰청은 30일 밀양경찰서에서 진행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사항 4차 브리핑에서 비상용 발전기의 성능에 대해 전문가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한수 경찰 수사부본부장은 국과수 감정 등을 토대로 "중증환자 집중 입원실, 병실 비상용, 엘리베이터 등 3곳에 비상용 발전기가 사용되나 용량이 적어 작동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유가 연료인 문제의 발전기는 병원 측이 2012년에 중고로 매입해 설치한 것이다. 용량은 22㎾다.
병원 측은 2008년 병원 허가 과정에 필요한 소형 발전기를 설치했으나 2011년께 관할 밀양시 보건소의 지적을 받고 현재의 발전기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용 발전기 운영 매뉴얼은 있었지만, 이번 화재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병원 측은 해당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총무과와 원무과에 배치했다. 주간에는 원무과, 야간에는 당직자가 책임지고 발전기를 관리하게 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26일 오전에는 당직 근무자가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하게 돼 있는데 이 근무자가 비상용 발전기를 가동했다는 정황은 아직 없다.
결국,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던 환자 3명이 숨졌다.
부검 결과 이들의 사인은 연기에 의한 질식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화재 직후 정전으로 인해 인공호흡기가 작동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부본부장은 "불이 나서 우왕좌왕하며 발전기를 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직원의 동선을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전에 대비한 (발전기 가동 등) 훈련 실시 여부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34조는 비상용 발전기를 자가발전시설로 분류하고 세종병원과 같은 병원은 이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 용량이나 규모 등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의무사항을 규정했으면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지침이나 기준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며 "병원은 그 어느 곳보다 비상용 발전기가 중요하므로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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