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시초 '대구 2·28 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까지

입력 2018-01-30 14:23  

민주화운동 시초 '대구 2·28 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까지
1960년 자유당 부정부패 맞서 학생·시민 항거…2010년 민주화운동 법적 지위
대구시,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2016년 국가기념일 추진…100만인 서명 나서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대한민국 민주화운동 시초인 '대구 2·28 민주운동'이 30일 정부가 주관하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자 대구시, 시민 등은 "숙원이 해결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1960년 2월 25일 경북고, 대구고 등 대구 일부 고등학교에는 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 박사 선거 연설회가 열리는 일요일인 28일 학생을 등교하도록 하라는 지침이 내렸다.
선거가 불리할 것으로 예감한 자유당 정부가 유세장으로 고교생이 몰릴 것을 우려해 임시시험, 단체 영화관람, 토끼 사냥 등을 핑계로 미리 막으려 한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고교생들은 규탄 집회를 열기로 하고 학교 측 만류에도 당일 거리로 뛰쳐나와 인구가 밀집한 중앙통(지금 중앙로), 경북도청이 있던 경상감영공원 등을 돌며 자유당 부정부패에 항거했다.
이날 경북고, 대구고 외에도 경북대사대부고 등 8개 고등학교 학생이 학교별로 수십명에서 수백명씩 거리에 나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시위를 했고 많은 학생이 학교에 갇힌 채 분을 삭였다.
시민도 경찰에 쫓겨 도피하는 학생을 숨겨주는 등 지지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뒤 이 운동은 3·15 마산의거, 4·19혁명 도화선으로 작용해 민주화운동의 시초가 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2·28운동은 50년이 지난 2010년 2월 민주화운동으로서 법적 지위를 공식 인정받았다.
그러나 국가기념일에는 빠졌다. 민주운동 과정에 참여자 희생이 적다는 등 이유로 3·15의거와 4·19혁명에 비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에서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초석을 마련한 2·28 민주운동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한 국가기념일 지정 추진 운동이 시작됐다.
2016년 2월 대구시와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는 제56주년 2·2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가기념일 추진을 선포하고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윤장현 광주시장도 "2·28민주화운동 국가기념일 추진을 광주시민 모두 열렬히 동의하고 동참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해 4월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는 참여 인사를 확대해 범시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토론회 등 홍보전을 전개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 18명도 '2·28 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시는 국가기념일 추진 등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 지난해 2월 21일부터 28일까지를 '시민주간'으로 선포하고 대구 정체성 포럼, 2·28 민주운동 기념식, 국채보상운동과 2·28 민주운동 기록물 전시회 등을 열었다.
같은 해 9월 2·28 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 촉구 결의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한 달 뒤 범시민위원회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2·28 민주운동 국가기념일 지정 청원서와 100만인 서명부를 전달했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서울, 광주, 경기, 충청, 전남 등에 사는 국민 124만명이 서명했다.



시민 박모(34)씨는 "대구에서 일어난 2·28 민주운동이 국가 전체가 기념하는 중요한 정신적 자산으로 인정받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한민국 최초 민주화운동인 2·28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매우 기쁘다"며 "지금껏 힘써주신 시민께 감사드린다. 2·28정신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민주운동사에서 빛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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