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기대주] 단일팀에서도 변함없는 에이스 박종아

입력 2018-01-31 06:22  

[평창 기대주] 단일팀에서도 변함없는 에이스 박종아
캐나다 주니어리그에서 두 시즌 소화한 女아이스하키 골잡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해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4차전.
한국과 중국은 3피리어드 60분간 치열한 공방을 펼쳤으나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전에 이어 축구로 치면 승부차기에 해당하는 슛 아웃까지 들어간 양 팀은 아홉 번째 슈터까지 나서는 접전을 거듭했다.
골리 신소정이 중국의 열 번째 슈터를 막아낸 뒤 대표팀의 에이스 박종아(22)가 하프라인 너머부터 퍽을 몰고 상대 골문을 향해 전진했다.
박종아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 과감하게 슛을 했고, 퍽은 중국 골리가 손쓸 틈도 없이 네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서 0-20,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0-10으로 참패했던 중국을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꺾는 순간이었다.
승리에 굶주린 한국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종아에게 달려가 한데 얼싸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역사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짜릿한 순간으로 남은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중국전 승리의 쾌거는 그렇게 탄생했다.
박종아는 당시 중국전에서 0-1에서 1-1을 만드는 동점 골을 터트린 데 이어 10번째 슈터까지 진행된 승부샷에서는 무려 4번이나 등장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박종아가 지니는 무게를 짐작할만하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를 둔 귀화 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이 "혼자 다른 레벨에서 뛰는 선수"라고 말할 정도로 박종아는 독보적인 기량을 자랑한다.
박종아는 강릉 경포여중을 졸업한 뒤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있는 혜성여고로 진학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훈련장이 태릉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한국 여자아이스하키는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과 실업, 프로에 이르기까지 정식 팀이 한 곳도 없다.
한국에 존재하는 유일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은 국가대표팀 하나뿐이다.
이처럼 앞날이 불확실하고, 열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서울에서 혼자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계속됐지만 박종아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종아는 아이스하키에 더욱 매진하고자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다시금 혼자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박종아는 캐나다 주니어리그에서 두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2015년 2월 캐나다 대학 스포츠 1부리그(CIS) 서스캐처원대학교에 스카우트되는 기쁨을 안았다.
하지만 박종아는 그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대표팀에 돌아왔다. 온전히 평창동계올림픽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캐나다에서 선진 아이스하키를 익힌 박종아가 합류한 뒤 대표팀은 새러 머리 감독의 부임과 귀화 선수들의 가세 효과까지 더해져 선전을 거듭했다.
1999년 이래 4차례 참가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전 전패에 4골을 넣고 242골을 내줬던 대표팀은 작년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전 사상 첫 승을 포함해 3승을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같은 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대회에서는 5전 전승 우승을 거두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확인시켰다.
박종아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경기 모두 1라인 공격수로 뛰며 4골, 6어시스트로 대회 포인트(골+어시스트)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지난해 7월 세계 랭킹 5위의 강호 스웨덴과 두 번의 평가전에서 각각 0-3, 1-4로 패했는데, 유일한 골을 터트린 선수가 박종아였다.
안방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며 착실하게 준비해온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단일팀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전체 엔트리는 기존 한국 대표팀 23명에 북한 12명을 합쳐 35명으로 대폭 늘었다.
경기에 출전하는 게임 엔트리 22명에는 북한 선수 3명이 의무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한국 선수 3명은 빠져야 한다.
한국 선수 대신 경기에 나서는 북한 선수 3명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인 박종아가 단일팀에서도 부동의 에이스로 활약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종아는 남북 단일팀이 결성되기 전 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매 경기에서 골을 넣고 싶다"며 "꼭 득점에 기여해서 동메달을 따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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