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쁜 아이를…" 버려진 신생아 품에 안아 살린 여대생

입력 2018-01-30 17:30   수정 2018-01-30 20:25

"이렇게 예쁜 아이를…" 버려진 신생아 품에 안아 살린 여대생
영아유기 사건 잇따라 발생…해마다 100여 건 소중한 생명 길거리에 버려져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고양이가 우는 거 같아 현관문을 열어보니 갓난아이가 버려져 있었어요."

30일 오전 4시 새벽잠에서 깨 거실로 나온 여대생 A(26)씨는 잠결에 고양이 울음처럼 뭔가 애타게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본 A씨는 자신의 집과 이웃집 현관 사이에서 꾸물꾸물 움직이는 형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애타게 울던 형상은 고양이가 아니라 바로 갓 난 여자아이였다.
A씨는 바로 달려나가 탯줄도 떼지 못하고 피가 묻은 아이를 안았다.
당시 광주 기온은 영하 6.8도로 차가운 아파트 복도 대리석에 맨몸으로 놓여있던 신생아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추웠는지, 배가 고팠는지 아이는 애타게 울었다.
A씨는 당황한 마음에 아이를 안고 집안으로 들어와 수건으로 핏물을 닦아주고, 다른 수건을 다시 감싸 품에 안아 달랬다.
체온으로 온기를 전달해 얼음장처럼 식은 몸을 데워줬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자고 있던 형부와 언니를 깨워 경찰에 신고한 이후에야 시간을 보니 어느덧 50여 분이 지나있었다.
신고를 받고 잇따라 도착한 경찰과 119구급대원은 신생아를 담요로 감싸 안고 대형병원으로 이송했다.

[연합뉴스TV 제공]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는 특별한 이상이 없이 건강한 상태라는 연락이 A씨 가족에게 전해졌다.
A씨 가족들은 "아이를 발견하고 씻고 달래면서 참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아이를 먼저 따뜻하게 한 뒤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해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버려진 아이가 참 예쁜 딸아이였다"며 "A씨의 빠르고 현명한 대처가 없었다면 한파에 떨고 있던 아이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에서 신생아를 유기한 산모를 찾고 있다.

영아를 유기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금천구에서 20대 산모가 혼자서 아이를 낳은 후 4시간 동안 안고 있다가 숨지자 시신을 수건에 싸 골목길에 유기했다.
그는 "아기가 죽어 어찌할 줄 몰라서 버렸다"고 진술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태어난 지 1주일 된 친딸을 사찰에 버리고 달아난 20대 부부가 붙잡혔다.
주지 스님에 의해 발견된 아이는 저체온증 증세를 보였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였다.
지난해 8월 광주에서는 이미 한차례 자녀를 유기해 처벌받은 20대 여성이 또다시 병원에 신생아를 놓고 도망갔다.
이 여성은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기 위해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경찰이 추적 중이라는 내용의 TV 뉴스를 보고 자수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영아유기 사건은 2011∼2016년 718건으로 한 해 평균 100여 건 발생하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경우는 같은 기간 1천5건을 기록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입양 특례법이 2012년 개정되면서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자녀 출생기록이 남는 것을 우려해 아이를 버리는 사건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중한 생명을 버리기보다는 아동전문보호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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