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 임명안 교황청-中 절충안 논란…교황청 "사실과 다른 주장 유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과 중국이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이던 주교 임명안과 관련해 모종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홍콩 출신 고위 성직자가 교황청이 가톨릭 교회를 중국에 팔아넘기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홍콩 대주교 출신 조지프 쩐(陳日君) 추기경은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교황청이 최근 중국 당국에 굴복해 비밀리에 서품한 중국 주교 2명에게 퇴임을 요구하면서 중국 관영 천주교 애국회 주교들에게 교구를 넘겨 주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황청의 해외선교 매체인 아시아뉴스는 교황청이 최근 중국에 대표단을 파견, 교황청 측 주교들과 면담하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교황청과 중국은 1951년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과 함께 관계 개선의 기미를 보였으나 주교 임명 문제만큼은 양보 없이 팽팽하게 대치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주교 임명은 교황의 고유 권한이지만, 중국 정부는 교황청의 간섭 없이 천주교 성직자를 독자 임명하겠다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교황청이 주교 임명권을 중국에 사실상 양보한 것으로 해석되는 소식이 나오며 중국과 바티칸 수교 협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쩐 추기경은 이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아시아뉴스가 보도한 그대로의 일이 일어났다"며 교황청은 중국에 가톨릭 교회를 팔아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자신의 이런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14일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으며, 당시 교황으로부터 이 같은 결과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주교 임명 권한과 관련한 중국과의 협상에 있어 교황청 내부에 이견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교황청은 이와 관련,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의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 쩐 추기경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모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중국의 가톨릭 교회 및 중국 정부와의 대화 노력을 주시하고 있다"며 "교회 내부 인사들이 사실과 반대되는 발언을 함으로써 혼란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놀랍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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