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희생자 중 유일한 의사 민현식 씨 눈물 속 장례
(밀양=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빈소도 제대로 마련 못했는데...이제라도 본인이 바라던 좋은 곳에서 편히 눈을 감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종병원 화재 참사 6일째인 31일 희생자 중 유일한 의사였던 민현식(59)씨 발인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오전 7시 20분께 빈소가 마련된 경남 밀양시 새한솔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내와 동생 등 유족 10여명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민 씨는 원소속 병원인 밀양 '행복한병원' 정형외과 과장이었다.
화재 당일 그는 이전 직장이던 세종병원에 하루 당직을 서주러 갔다 병원을 덮친 화마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의사의 꿈을 키우다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한림대에서 조교수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밀양에서 병원을 개업하자 이곳으로 내려와 함께 근무했다.
이후 경남지역 병원 몇 군데를 옮겨 다닌 민 씨는 마지막 직장이 된 행복한병원에 들어오기 전 세종병원에서 잠시 일했다.
서울에서 지내던 민 씨의 아내와 두 아들은 화재 당일 연락을 받고 급히 밀양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장례식장이 부족해 그간 빈소를 마련하지 못하다 지난 29일 새한솔병원에 자리를 잡았다.
민 씨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평소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었으나 환자에게 헌신적이었던 성격으로 볼 때 화재 당일에도 사람들을 구하려다 변을 당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민 씨의 남동생은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형이 평소 환자에게 애착이 깊은 의사였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갑작스러운 비보에 빈소도 늦게 마련된 상황에서 형수님과 두 조카의 상심이 컸다"고 안타까워했다.
화장장인 농협 장례식장에 민 씨의 관이 도착하자 유족들 표정에도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화장장을 나선 유족들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거나 눈물을 훔치며 분향실로 향했다.
분향실 밖에서도 한동안 유족들의 흐느낌은 이어졌다.
이날은 민 씨를 비롯해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4명에 대한 장례가 엄수된다.
이로써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39명에 대한 장례절차는 전부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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