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결과·거부운동에 투표율 바닥길라 고심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오는 3월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구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러시아 여론조사전문기관 '레바다-첸트르'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4%가 푸틴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결과가 뻔한 상황이라 유권자들이 투표하러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푸틴의 4기 집권 동력을 높이고 정통성을 공고히 하려면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고 크렘린궁은 보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의 정치조직이 투표율을 높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선거 캠프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 28일 러시아 곳곳에서 '가짜 선거'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출마가 좌절되자 대선 보이콧을 촉구하는 유권자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
당시 나발니는 시위대 수백 명과 함께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푸틴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30일 모스크바 콘퍼런스홀 연설에서 500명에 가까운 지지자들에게 "경쟁자들을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경쟁자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 사회, 의료, 교육, 주택 상황을 개선하려는 우리의 노력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귀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많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 전격 사임한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명돼 2000년 4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되며 처음으로 크렘린궁에 입성한 푸틴은 2기를 연임했으나 2008년 헌법상의 3연임 제한 규정에 걸려 총리로 물러났다.
하지만 4년 간의 총리 재직 기간에도 정치적 실권은 사실상 그에게 남아있었다.
푸틴은 2012년 대선을 통해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하며 3기 집권을 이어갔다.
그가 예상대로 3월 대선에서 승리해 2024년까지 통치하면 30년 이상 권좌를 누린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의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된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