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소치 동메달 후 우울증 겪고 평창 오는 미국 스켈레톤 대표

입력 2018-01-31 10:49  

[올림픽] 소치 동메달 후 우울증 겪고 평창 오는 미국 스켈레톤 대표
스켈레톤밖에 없는 삶에 회한…운동 접고 사막 도시로 터전 옮긴 뒤 재기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의 남자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인 맷 앤트완(33)은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세계 정상급 스켈레톤 선수로 꼽히던 앤트완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당당히 귀국했다.
하지만 그는 피 말리는 경쟁에서 오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져 지냈다.
미국의 지역 매체인 '밀워키 저널 센티넬'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에 도전장을 낸 앤트완의 인생 스토리를 다뤘다.
소치올림픽 폐막 후 서른 번째 생일을 앞둔 앤트완은 뉴욕주 레이크플래시드의 썰매 트랙 주변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었다.
'내 인생에 썰매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앤트완을 괴롭혔다.
당시 그는 일기장에 "내가 만들어낸 좁은 공간 안에 갇혀 있는 상태다. 이제 스포츠 이외의 것을 추구할 시기 같다"고 적었다.
눈물을 쏟으면서 어머니한테 전화해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우울증은) 살면서 내내 겪어온 것이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2014년 이후에는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위스콘신 주 출신인 앤트완은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같은 미국이지만, 살면서 가본 적도 없는 곳이었다.
사막 위에 건설된 도시인 피닉스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눈도 내리지 않고 얼음도 없기에 스켈레톤을 완전히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는 피닉스에서 집도 샀고 골든 리트리버종의 반려견도 새 가족으로 맞이했다. 그렇게 스켈레톤과 단절된 삶을 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다시 썰매가 그리워졌다고 한다.
앤트완은 "그때 그렇게 피닉스로 이사하지 않았으면 난 지금쯤 은퇴해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앤트완이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는 올 시즌 세계랭킹 8위에 머물러 있다. 소치올림픽 이후 윤성빈(24)의 기량이 급성장해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발돋움했고,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와 그의 형 토마스도 건재하다.
앤트완은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메달 욕심이 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소치올림픽 이후 큰일(우울증)까지 겪은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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