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금동반가사유상 43점 분석한 보고서 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대에 제작된 한국과 일본의 금동반가사유상(金銅半跏思惟像)은 재질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 금동반가사유상은 대부분 구리·주석 합금 재질이고 주석 함량이 많은 반면, 일본에서 만들어진 금동반가사유상은 구리만 넣은 순동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사카대학을 비롯한 일본 연구기관과 함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한 반가사유상 과학 조사 연구의 결과를 담은 보고서 '한일 금동반가사유상'에서 한국과 일본에 있는 금동반가사유상 43점의 성분 분석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성분 분석 대상은 한국에 있는 불상 12점, 일본 소재 불상 31점으로, 최고의 금동반가사유상으로 꼽히는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이하 제78호상)과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이하 제83호상)도 포함됐다.
조사 결과, 제78호상의 성분은 구리 91.4%·주석 6.4%·납 0.3%·비소 0.6%로 나타났고, 제83호상은 구리 94.9%·주석 4.1%·납 0.4%·비소 0.1%로 확인됐다.
이처럼 한국 반가사유상은 구리·주석 합금이나 구리·주석·납 합금, 구리·납 합금이 많고, 순동제는 단 한 점도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재지는 일본이지만, 불상을 만든 나라에 대해서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었던 간쇼인(觀松院) 반가사유상과 나치(那智) 경총(經塚·경전을 묻은 무덤) 반가사유상은 성분이 한국 불상과 유사해 한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측 조사 책임자인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한국과 일본 금동반가사유상은 재질이 다르지만, 삼국시대의 신라·고구려·백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한일 양국의 합금 성분은 달라도 제작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금동반가사유상은 재질뿐만 아니라 조형적인 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반가사유상은 상반신의 비율이 가늘고 길지만, 일본 반가사유상은 상반신이 짧고 불상을 받치는 대좌가 거대했다. 일본 반가사유상 중에는 대좌 아래에 추가로 대좌받침을 마련한 경우도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제작 국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던 제78호상과 제83호상이 삼국 중 어느 나라의 불상인지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민 실장은 학계의 다수 의견을 받아들여 제78호상은 백제, 제83호상은 신라에서 각각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제78호상에 대해 "보관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장식 문양과 양어깨에 날카롭게 반전된 천의(天衣),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와 온화한 미소 등으로 미뤄 6세기 중후반에 제작된 백제 반가사유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민 실장은 이어 제83호상에 대해서는 "신라에서 제작돼 7세기 초반에 일본으로 건너간 교토 고류지(廣隆寺) 목조반가사유상과 너무 흡사하다"며 앳된 표정과 신라 지역 반가사유상에서만 확인되는 독특한 삼면보관을 근거로 7세기 전반 신라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후지오카 유타카(藤岡穰) 오사카대 교수는 보고서에 실은 논고에서 작년 1월 일본 방송을 통해 존재가 알려진 교토 묘덴지(妙傳寺) 반가사유상과 효고현 게이운지(慶雲寺) 반가사유상이 삼국시대 작품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청동 표면에 도금한 반가사유상을 말한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겨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불상으로,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됐다고 전한다. 간다라 지방에서 처음 출현했으나,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유행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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