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확인했나요", "작동 안 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촘촘한 검증 꼬리 물어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자 지금 불이 났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셔야 하나요?"
302개 병상을 갖춘 광주 한 중대형급 요양병원의 중환자실에서 31일 생명, 안전과 결부된 문답이 오갔다.
소방특별조사에 나선 소방관이 화재 상황 대응법을 숙지했는지 의료진에게 묻자 흠잡을 데 없는 만점짜리 답변이 막힘없이 나왔다.
의료기관 화재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른 답변이 술술 이어졌지만, 소방관은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돌발적인 질문 하나를 추가로 던졌다.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데 실제로 불이 났는지는 확인 안 되고 있어요. 그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환자대피와 화재신고, 자체진화 등 대응을 침착하게 이어가겠다는 추가 답변에 소방관은 실제 상황에서도 익힌 내용대로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 동부소방서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지역 의료기관을 돌며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가 동행한 현장 점검은 촘촘한 질문과 예상치를 뛰어넘는 검증의 연속이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은 모두 정상 작동이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안전점검은 서류나 계기판을 통해 드러나지 않는 의문점까지 접근해갔다.
설비 점검을 직접 수행한 사람은 누구인지, 정상 상태 여부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이상 현상 발견 상태에 따라 조처 방법은 무엇인지 날카로운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화재감지기와 연동된 자동속보기 상태를 점검할 때는 병원 주소가 또렷한 음성으로 전달되는지 광주시소방본부 119상황실 근무자를 통해 교차 확인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지하 배관에서 옥상 물탱크까지 10층 규모 병원 점검을 마치기는 데 꼬박 한 시간이 소요됐다.
동부소방서 관계자는 "여기는 시설이 잘 유지된 상태라서 점검이 빨리 끝난 편"이라며 "일상적인 점검 못지않게 초기 현장 대응이 중요하다. 위험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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