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도교 교부들, 한국 대중과 만나다

입력 2018-01-31 16:52   수정 2018-01-31 18:39

고대 그리스도교 교부들, 한국 대중과 만나다
대중판 교부 문헌 총서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1차분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1600년 전 교부들은 부는 자신의 것이 아니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를 실천했습니다. 탐욕에 빠져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진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교부들의 가르침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기원후 약 100년부터 700년까지를 가리키는 교부시대는 그리스도교 사상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대에 속한다. 그리스도교의 핵심적 가르침들이 이 시기 교회 지도자들이었던 교부들의 저술과 논쟁을 거쳐 확립됐다.
한국교부학연구회와 분도출판사가 한국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선별한 대중판 교부 문헌 총서 50권을 발간한다.
방대한 교부 문헌 가운데 "짧고 감동적이면서도 실천적 주제를 다룬 문헌"만을 골라 해마다 다섯 권씩 펴낼 예정이다.
역자 중 한 명인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 총장)는 31일 열린 간담회에서 "신학적 지식이나 학문적 지식을 다룬 문헌은 제외하고 이 시대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대중적 문서들을 추렸다"며 그리스도교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실천적 가르침을 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노 신부가 번역한 1권 '내 곳간을 헐어 내리라 외 3편'은 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 대 바실리우스의 가르침을 담았다. 로마 제국 상류층 출신이었던 그는 병자, 나그네, 빈자들을 재워주고 치유하는 시설을 만들고 자신도 그곳에서 직접 앞치마를 두른 채 봉사했다.
2권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는 180년경 인구 100만의 대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의 혁신가 클레멘스의 저술이다. 극심한 빈부 격차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고민했던 클레멘스는 부자들이 재물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리스도교의 '나눔'의 가르침을 통해 그 해법을 제시한다.
부자들이 돈을 숭배하고 빈부의 격차가 극심했다는 점에서 당시 알렉산드리아나 21세기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역자인 하성수 한국교부학연구회 선임연구원은 설명했다.
3권 '선행과 자선 외 2편'에는 카르타고 주교였던 키프리아누스의 글들이 담겨있다.
번역자로 참여한 최원오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해설과 각주 등 군더더기를 최소화하고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번역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며 이번 총서가 50권으로 끝나지 않고 수백 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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