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의 '슈퍼·블루·블러드문'…구름 탓 지역별 관측 여부 차이
대전 한국천문연구원 생중계도 차질…"다음 개기월식은 7년 뒤"
(전국종합=연합뉴스) "진짜 달이 점점 사라지네요. 맨눈으로도 보여요."
31일 밤하늘에 휘영청 떠 있던 달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수많은 시민은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수도권과 강원 지역 천문대 곳곳에는 진기한 우주쇼를 감상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오후부터 이어졌다.
가족과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은 이승용(39)씨는 "실제로 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왔는데, 진짜 보였다"며 "아들한테는 내색하지 않으려 했는데 무척 신기해 조금 들떴다"고 웃으며 말했다.
과학관이 마련한 천체망원경 30대 주변은 달을 더 자세히 보려는 방문객으로 붐볐다.
중학생 최문석(15)군은 "오늘 같은 개기월식을 몇 년 뒤에나 다시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망원경으로 달을 가까이서 보니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소양강변에 나온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너나 할 것 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질 때쯤엔 추위도 잊은 채 스마트폰으로 연방 촬영하기도 했다.
시민 김모(25)씨는 "우주쇼를 사진으로 담기 위해 인적이 드문 소양강댐을 찾았다"며 "구름이 끼어 조금은 아쉽지만, 친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간다"고 전했다.
강원 화천군 조경철천문대와 경기 양주시 송암천문대 등지를 찾은 이들도 겨울밤 장관을 즐겼다.
이날 1982년 12월 이후 35년여 만이라는 '슈퍼·블러드·블루문' 개기월식 현상이 진행됐다.
오후 8시 48분 6초 달의 일부분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부분월식이 관측됐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는 개기월식은 오후 9시 51분 24초에 시작돼 10시 29분 54초에 최대에 이르렀다.
이후 오후 11시 8분 18초까지 개기월식 상태가 지속했다.
이날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35만9천307㎞였다. 평균 거리인 38만4천400㎞보다 2만여㎞ 가깝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크게 보이는 '슈퍼 문'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핏빛을 띠는 '블러드문'과 한 달에 두 번째로 뜨는 보름달 '블루문' 현상도 함께 겹쳤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매년 발행하는 역서에 따르면 달 총면적 중 밝은 부분 비율을 나타내는 달의 밝기 비는 0.995였다.
1에 가까울수록 밝다는 뜻인데, 이 정도면 보름달치고도 밝은 편에 속한다.
수도권 이남 지역에선 그러나 개기월식을 제대로 관측할 수 없었다.
짙게 낀 구름 때문이다.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천문연구원에선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하려 했으나, 기상 상황 탓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전남 장흥 정남진천문과학관에서 관측한 달은 흐릿한 윤곽만 드러냈다가 감추기를 반복하며 관람객 40여 명과 지루한 숨바꼭질을 이어갔다.
제주, 부산, 울산, 경남, 충북, 충남 등지 천문대를 찾은 이들도 아쉬움 가득한 탄식 속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해천문대 김영호 시설 담당은 "우리나라에선 2010년 12월 21일 이후 7년 만의 관측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TV 생중계 사이트를 찾아 시시각각 변하는 달의 모습을 감상했다.
부분월식은 자정 넘어 2월 1일 0시 11분 36초까지 진행된다. 오전 1시 10분에는 우주쇼가 모두 끝난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다음 개기월식 일정은 7년여 후인 2025년 9월 7일이다.
(최병길, 류수현, 정회성, 강종구, 우영식, 이승민, 김재홍, 전지혜, 김용태, 이재림)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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