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해법에 어긋나" 비판…명단은 비공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31일(현지시간)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서 206개 기업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서안지구를 점령한 뒤 정착촌을 확대해왔는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두 국가 해법'에 위배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에도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에 주택 300여 채를 신축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보고서는 기업 실명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143개 기업이 이스라엘 또는 정착촌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밝혔고 22개는 미국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19개 다른 나라들의 기업이었다.
유엔은 리스트에 오른 기업 중 64곳은 최근까지도 접촉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조사가 사법 절차를 밟기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기업들은 주로 정착촌 건설, 보안 감시, 교통, 금융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정착촌 건설과 관련된 인권 침해가 만연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종교, 거주이전, 교육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고 토지와 식수에 대한 접근, 생업도 침해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2016년 3월 파키스탄의 주도로 서안지구 등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스라엘은 47개 이사회 이사국들이 이스라엘에 지나치게 적대적이라면서 이 보고서를 '블랙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우리의 노력으로 국제법을 준수하려는 나라와 기업들이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엔은 애초 작년 2월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발표 시점을 늦췄다. 이번 보고서는 다음 달 26일 시작하는 인권이사회 정기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기업 명단이 공개되면 자국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고 다른 나라 기업들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명단 공개에 반대해왔다.
서안지구에는 팔레스타인인 220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고 유대인 정착촌에 약 40만 명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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