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공화당, 수사 신빙성 흔드는 '누네스 문건' 조만간 공개
특검수사 '흔들기' 겨냥 분석…FBI "사실 누락, 심각한 우려" 이례적 성명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31일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29일 공화당의 주도로 미 하원이 2016년 미 대선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는 문건을 공개하기로 하자, FBI가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문건은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의 이름을 따 '누네스 메모'로 불린다.
FBI가 트럼프 대선 캠프 인사에 대한 감시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있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특검수사 자체를 흔드는 무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1일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
FBI는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누네스 메모와 관련, "FBI는 정보위의 공개 결의 하루 전에야 이를 검토할 기회를 받아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초기 검토 결과 우리는 메모의 정확성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빠진 자료를 공개하는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지난 29일 백악관을 찾아가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메모 공개를 막아달라고 설득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튿날에도 FBI와 법무부 관계자들이 백악관에 메모의 부정확성에 관해 설명했지만 역시 실패했고, 며칠 후 레이 국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FBI 성명에 대해 "표현이 매우 강경하다"며 "이해할 수 없는 하원 규정을 통해 러시아 수사에 관련된 자료를 성급히 기밀해제 하는 데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앞서 하원 정보위는 지난 29일 표결을 통해 누네스 메모를 공개하기로 했다. 표결 후 5일 이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면 최종 공개된다.
네 쪽짜리 이 문건은 FBI와 법무부가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트럼프 캠프의 외교 고문을 맡았던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시 영장을 신청하면서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 측이 자금을 댄 조사에서 나온 정보의 일부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또 FBI와 법무부 내 반(反) 트럼프 정서를 보여주는 기밀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측이 사주한 엉터리 자료를 근거로 FBI의 내통 의혹 수사가 진행됐고 그게 지금의 특검수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인 셈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건공개 의중을 굳혔으며 지금은 문건의 내용과 공개 후 파장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전했다. 또 문건공개를 계기로 뮬러 특검의
수사에 대한 백악관과 공화당의 대대적 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면조사 시기를 저울질하는 타이밍에 이 문건의 공개로 특검수사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국정연설을 마치고 하원 의사당을 나오면서 제프 던컨(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이 "대통령, 메모를 공개합시다"라고 하자 "걱정하지 마라. 100%"라고 답하기도 했다.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수사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그동안 '눈엣가시'였던 앤드루 매케이브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에게 공개적으로 압력을 줘 29일 결국 사표를 받아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CNN에 "의원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답을 모른다"고 즉답을 피했다.
공개를 주도한 누네스 정보위원장은 "FBI와 법무부가 1년여간 의회의 정보요구를 무시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인들이 이들 기관의 감시 남용과 관련된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에 그럴싸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는 문건 공개 결정은 뮬러 특검에 대한 공화당의 공세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누네스 위원장이 작년부터 백악관 측과 문건 공개에 대해 협의해왔다는 시각도 있다.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 의원은 이날 누네스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 메모의 '비밀리에 변경된' 버전을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시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누네스 위원장이 정보위의 승인 없이 백악관에 보낸 문건을 실체적으로 변경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누네스 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함께 공개했다.
그는 "민주당은 백악관과 공화당이 공유한 메모가 실제 정보위가 1월 18일 이후 검토한 것과 다르다는 발견했다"며 "이에 따라 백악관은 문건공개를 승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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