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고 자비 들여 민둥산에서 연습하며 출전…26년래 최대규모 '4명' 파견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선인장, 축구, 테킬라, 마야·아스테카 문명, 피라미드, 마리아치….
멕시코 하면 떠오르는 특징들은 대부분 겨울이나 동계스포츠와 무관해 보인다.
뜨거운 나라 멕시코를 대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1일(한국시간) 외신을 통해 "올림픽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공언했다.
현지 일간 케레타로와 마르카 등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에 멕시코는 스키선수 4명을 내보낸다. 프리스타일의 로비 프랑코, 알파인의 사라 슐레퍼와 로돌포 딕슨, 크로스컨트리의 헤르만 마드라소가 주인공이다.
마드라소는 "동계올림픽 출전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자 소원 성취"라며 "동계올림픽에서 눈이 없는 나라를 대표하려면 잘해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던 마지막 월드컵 경주에서 결승선을 통과할 때 약 30초 정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며 "올림픽에 나가서도 그러고 싶다.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힘줘 말했다.
프리스타일의 프랑코는 눈 덮인 스키장이 아닌 멕시코시티 동부 이스타팔라파의 거친 자갈 언덕에서 스키를 타며 훈련했다.
가파른 민둥산에 올라가 스키를 신고 내려온 것이다. ESPN은 "자갈과 눈은 별 상관이 없지만, 프랑코는 이상적으로 눈 덮인 산을 찾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없었다"고 전했다.
스키 불모지 멕시코 선수들이 겪은 가장 큰 난관은 역시 비용이었다.
선수들은 모두 자비로 훈련했다. 프랑코는 "대회 준비보다 이 부분이 더 어려웠다"며 "눈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다녀야 하니 비용이 갈수록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알파인 대표 딕슨도 "훈련하느라 빚을 졌다"며 "어머니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나를 위해 희생하셨다"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에 멕시코는 선수 4명만 보내지만, 자국 역사만 놓고 보면 역대 세 번째로 큰 '대형 선수단'을 꾸린 것이다.
멕시코는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 20명,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대회에 11명을 보낸 것을 제외하면 10명 이상의 선수를 동계올림픽에 출전시킨 적이 없다.
두 대회를 제외하면 선수 1∼4명이 나서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첫 출전이었던 19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4명이 출전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멕시코 국기가 시상대 위에 걸릴 가능성은 0에 가깝다. 멕시코는 단 한 번도 동계올림픽 메달을 딴 적이 없다.
그러나 딕슨은 "6살 때부터 금메달을 꿈꿨다"며 "선수들을 믿고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멕시코에는 인구가 많지 않으냐.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딸 아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드라소는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노르웨이와 스위스를 지목하며 "그들이 스키를 배워왔다면 우리 멕시코는 이제 이 스포츠가 뭔지 알아가고 있다"면서 "그 나라 선수들을 떨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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