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원발부위 암만이 아니라 전이된 암까지 제거하는 암 치료백신이 개발돼 쥐 실험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암연구소 임파선암 프로그램실장 로널드 레비 박사 연구팀은 두 가지 면역자극제를 미량(㎍) 섞어서 암 조직에 직접 주입해 종양에 의해 무력화된 면역체계를 자극,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암 치료백신을 개발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31일 보도했다.
이 암 백신은 단 한 번의 치료로 암에 걸린 쥐 90마리 중 87마리를 완치시켰으며 나머지 3마리는 암이 재발됐지만 두 번째의 백신 투여로 암이 제거됐다고 레비 박사는 밝혔다.
이 백신의 자극으로 되살아난 원발부위의 면역세포(T세포)들은 원발부위의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이동해 형성된 전이암까지 찾아내 제거했다.
처음엔 임파선암 모델 쥐에게 이 백신을 시험했으나 유방암, 대장암, 흑색종(피부암)을 유발시킨 쥐들에도 이 백신은 똑같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레비 박사는 밝혔다.
면역세포의 하나인 T세포는 암세포의 표면에 나타난 비정상 단백질을 인식하고 공격하기 위해 종양 속으로 침투하지만, 종양이 자라면서 T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돼 T세포는 무력화된 상태로 머물게 된다고 한다.
백신에 사용된 두 가지 면역자극제 중 하나는 종양에 의해 무력화된 T세포를 깨워 활성화시키고 다른 하나는 활성화된 T세포를 증식시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한다.
활성화된 종양 특이(tumor-specific) T세포 중 일부는 원발부위의 종양을 떠나 온몸을 수색해 같은 종류의 암세포를 찾아 파괴한다고 레비 박사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같은 임파선 암세포를 쥐의 몸 두 곳에 주입하고 동시에 대장암 세포주를 제3의 곳에 이식한 뒤 임파선 암세포가 주입된 두 곳 중 하나에만 이 백신을 투여해 보았다.
그러자 두 곳의 임파선 암세포는 모두 제거됐다. 그러나 대장암세포는 그대로였다.
연구팀은 이 백신이 실제로 암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저등급(low-grade) 임파선암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다양한 종류의 암에도 이 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믿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의학전문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1월 31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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