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톨 WPI 연구원, CNN 칼럼서 비판…"코피 전략, 김정은 오판 부를 것"
"텔레비전으로 정보 얻는 트럼프는 차 석좌 수준 감당 못해"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 소식에 동료 전문가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미국의 외교전문가인 조너선 크리스톨 세계정책연구소(WPI)의 연구원은 31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트럼프의 한국에 관한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차 석좌 내정은 탁월한 지명일 수 있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내가 차 석좌와 일부 정치적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차 석좌는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문가 중 한명이자 지난 20년간 해당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미 언론이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한 백악관과 차 석좌의 견해차가 낙마 배경으로 손꼽히나 자신은 다른 이유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폐기하고 미국 쪽에서 더 나은 거래를 위해 재협상을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차 석좌가 이에 반대하며 미국이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달성하려면 자신의 보호주의 경제 관점을 믿고 한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누군가가 필요한데 차 석좌는 이를 한국에 납득시키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낙마 배경을 추정했다.
그러면서 "(차 석좌 뿐만 아니라)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협상 전략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내놔. 얘기 끝' 수준 아니냐"며 비꼬았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세밀하면서도 미묘한 뉘앙스를 통해 대북 정책에 접근하는 차 석좌의 스타일이 또 하나의 낙마 이유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차 석좌가 전날 워싱턴포스트(WP) 개재한 기고문을 언급하며 북한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경험이 많고 뛰어난 외교관과 능숙한 외교력이 필요한데 텔레비전이나 한 페이지로 요약된 메모를 통한 정보 습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차 석좌 수준의 복잡성이나 뉘앙스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크리스톨 연구원은 차 석좌와 미 정부의 대표적인 대북정책 이견 사례로 제시된 '코피 전략', 즉 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선제적 정밀 타격 옵션에 대해서도 비판 입장을 보였다.
그는 "차 석좌 내정 철회는 아무도 원하지 않고, 미국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코피 전략'을 백악관이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결정은 우리 동맹들이 미국으로부터 방향을 전환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을 공격으로 오인하게 만들 가능성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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