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군에서 상황 주관" vs 군 "경찰서 공개 관련 질의 하지 않아"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북한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정권 선전 간판 언론공개를 놓고 군과 경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1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31분께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내용의 간판을 발견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간판은 가로 120㎝, 세로 20㎝ 크기로 나무를 여러 겹 겹친 합판 재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색 바탕 간판에는 흰색 글씨로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간판은 페인트 일부가 벗겨졌으나 크게 파손된 곳 없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형태나 문구 등으로 미뤄 북한 선박에서 떨어진 간판이 조류를 타고 해안가로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간판을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간판을 확인한 것은 사실이나 곧 군에서 상황을 주관했다"며 "군에서 현장 자료를 철저히 통제해서 경찰은 간판을 공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평창올림픽도 열리니까 군에서 보도가 나가면 불편해하는 것 같다"며 "(북한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가 나가면 올림픽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군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간판을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군 기무부대는 경찰의 이러한 입장에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기무부대 관계자는 "경찰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합동조사 과정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이 알려졌고 경찰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었다면 공개를 논의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간판공개 여부에 대한 질의도 경찰이 아닌, 육군 35사단을 통해 들었다"고 경찰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육군 35사단 관계자도 "해수욕장에서 발견된 간판이 국민의 안녕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안보위기를 부른 것도 아닌데 자료를 통제할 이유가 없다"며 "사단은 자료 공개와 관련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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