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차등의결권' 도입해 유치 성공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IT 대기업인 샤오미가 오는 9월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샤오미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딧 스위스, 도이체방크,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을 주관사로 선정해 9월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상장 준비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오미가 상장하면 이는 지난 2010년 204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상장을 한 AIA 그룹 이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최대 기업이 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최대 1천100억 달러(약 12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주가수익비율(PER) 60배를 적용한 가치이다.
통상 기업 상장 때 전체 주식의 10∼15%를 매각하므로, 홍콩 증시에 상장되는 주식의 규모는 최대 165억 달러(약 18조원)이 될 전망이다.
2014년 'IPO 대어'였던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상장을 뉴욕 증시에 뺏긴 홍콩 거래소는 절치부심 끝에 올해 9월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면서 샤오미 상장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등의결권은 1개 주식마다 1개의 의결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반면에 미국은 적대적 M&A가 만연했던 1980년대 이후 많은 기업의 요구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1994년 도입했다. 그 덕분에 뉴욕 증시는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와 같은 많은 혁신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홍콩 증시에는 HSBC은행,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건설은행 등 금융사와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등 제조업체가 많지만, 텐센트를 제외하면 혁신기업은 많지 않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총액은 총 5조9천억 달러(약 6천300조원)으로 중국 본토 거래소(8조3천억 달러), 일본(6조8천억 달러)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 규모이다.
2010년 레이쥔(雷軍)이 창업한 샤오미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2014년 삼성을 누르고 최고 인기 브랜드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후속 주자들에 밀려 시장점유율 하락 위기에 놓이자 본격적인 시장 다각화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인도 시장에서 삼성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다각화에도 힘써 건강측정기, 정수기, 밥통,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50억 달러(약 16조원)를 넘어섰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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