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 잡아먹는 착한 박테리아 '벨로' 더 강해진다

입력 2018-02-02 08:05  

병원균 잡아먹는 착한 박테리아 '벨로' 더 강해진다
UNIST 연구팀, 벨로(BAL0) 활용 범위 넓히는 연구 성과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슈퍼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착한 박테리아 '벨로(BALO·Bdellovibrio And Like Organisms)'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를 활용하면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등의 원인으로 지적된 세균 감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도 개발할 수 있다.
UNIST는 생명과학부의 로버트 미첼 교수팀이 최근 연구에서 병원균을 잡아먹는 박테리아 벨로의 활동을 막는 병원균 작용 원리를 알아냈다고 2일 밝혔다.
비타민을 이용해 이 병원균의 방해 효과를 없애는 방법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슈퍼 박테리아에 대항할 벨로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벨로는 병원성 박테리아를 내부에서부터 공격하는 델로 비브리오와 그와 유사한 박테리아들을 일컫는다.
인체에 무해하며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원균을 잡아먹는 착한 박테리아다. 그래서 차세대 감염병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벨로는 그람음성균의 대부분을 먹어치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람음성균은 면역력이 약한 중증환자나 미숙아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다. 살모넬라균, 이질균, 폐렴균, 콜레라균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벨로에 저항하는 균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진들은 '병원균들이 어떻게 벨로를 저지하는가'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병원균 크로모박테륨 피시내(Chromobacterium piscinae)가 강력한 벨로 중 하나인 델로 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스 HD100(Bdellovibrio bacteriovorus HD100)의 작용을 막기 위해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생성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병원균은 영양 성분이 풍부한 특정 조건에서 시안화물을 생성했다.
스스로 시안화물 해독 능력을 갖춘 병원균은 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포식 박테리아(벨로)의 작용을 막는 모습을 보였다.
제1 저자인 문원식, 권희운 학생은 "병원균이 영양 조건에 따라 포식 박테리아에 저항성을 보이는 현상에 주목해 그 억제 작용을 밝혀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시안화물이 억제 작용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데 이어, 이 경우 비타민제(Vitamin B12a)를 투여하면 해독 효과가 발생해 벨로가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미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 조건에서 작동하는 방어기작을 발견하고, 이를 억제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라며 "세균이 어떻게 치료에 저항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제 적용 환경 하에서의 세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벨로의 작용을 막는 기제들을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연구한다.
이를 통해 벨로를 인체에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슈퍼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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