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반군과 미얀마군의 유혈충돌 와중에 희생된 로힝야족 민간인들이 암매장된 최소 5곳의 집단무덤을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AP는 현재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머무는 로힝야족 난민 20여 명의 증언을 통해 라카인주(州) 북부 부티다웅의 구 다르 핀 마을에서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것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증거라고 논평했다.
증언자 가운데 하나인 누르 카디르는 "칭롱(세팍타크로와 유사한 게임)을 하기 위해 편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총격이 시작됐다. 15명의 친구 중 나와 다른 한 명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라진 친구들은 며칠 후 2개의 집단무덤에서 반쯤 파묻힌 상태로 발견됐다. 그들의 얼굴은 화학물질로 인해 타거나 총탄을 맞아 터져 있었다. 반바지 색깔을 보고 간신히 그가 친구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런 방식으로 미얀마군에 의해 살해된 로힝야족 주민의 시신이 묻힌 집단무덤은 5곳에 이른다.
구 다르 핀 마을에서만 큰길 가에 3곳, 언덕에 있는 묘지 인근에도 2개의 대형무덤이 있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또 생존자들은 미얀마군이 지난해 8월 27일 마을에 들어오면서 총과 칼, 로켓 발사기, 수류탄 등 무기뿐만 아니라 시신을 묻기 위한 삽과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얼굴과 손발을 태우기 위한 화학물질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상점을 운영하던 모함마드 샤(37)씨는 "주민들과 함께 코코넛 나무 숲 속에 숨어 있는데 200여 명의 군인들이 마을을 수색했고, 이어 얼굴을 가린 불교도들이 집에서 가재도구를 실어 나왔다. 이후 군인들이 집을 불태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언자인 모함마드 유누스(25)는 "총알을 두 번이나 맞고 간신히 숲 속에 숨었다. 7시간가량 누워 있었는데 3대의 트럭이 멈춰 서더니 시체를 실어 공동묘지 쪽으로 갔다"고 전했다.
모함마드 랄리마(20)는 "며칠 후 가족들의 생사가 궁금해 생존자들이 구덩이를 팠다. 도처에 엄청난 수의 시신이 묻혀 있었다. 그들은 시체를 다 숨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얀마군의 주장과는 상반된 내용이다.
미얀마군은 10구의 시신이 묻힌 집단무덤이 처음으로 발견됐다면서, 이곳에 묻힌 시신은 대부분 경찰초소를 습격한 테러범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얀마군은 검거한 반군 대원들을 당국에 넘길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살해했다면서,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앞서 국경없는의사회(MSF)는 미얀마군과 반군의 충돌이 시작된 지난해 8월 25일 이후 한달간 약 9천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최소 6천700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